8호 [책 나들이] 왜 공부, 공부하는가?

[책 나들이]

왜 공부, 공부하는가?



글 김희만 역사학자, 문학박사




이미지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과 만났다. 신문 서평란에서 본 기억이 있다. 다른 책보다 이모저모로 작다.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서문을 보니, ‘그 어떤 순간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방법은 오직 공부뿐이다’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이런 글귀는 이미 여기저기서 듣고 본 식상한 얘기다.
목차에 쓰인 제목도 엇비슷하다. ‘세상에 쓸모없는 공부란 없다’, ‘공부하는 삶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평생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이토식’ 공부법’ 등이다. 대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내용들이다. 새삼스런 내용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하는가?



'점수를 위한 공부,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공부를 시작'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은 일로 쓸데없이 속을 끓이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음을 위로해 주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지혜를 주는 것도 오직 공부뿐 이다’라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공부가 인생의 축이 된다면 그 인생은 죽는 마지막 날까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강조점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 쓸모없는 공부란 없다’는 주장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늘 결심만 하고 포기한다. 이는 공부가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누가 포기하지 않고 멀리 갈 것인가’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이런 주문이 필요하다. ‘스스로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잠깐 열심히 하는 것보다 조금씩 오래 하는 것이 낫다’는 정도의 말이다. 또한 이런 글귀는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세상에 쓸모없는 공부, 써먹지 못하는 공부는 없다’, ‘내일죽는다 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법’, ‘공부로 인생의 내공을 키워라’ 등이다. 눈으로 읽으면서 공감하는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한다. 새로운 삶의 개척이 인간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를 향유하는 부류가 점차 늘어나면서 인간만의 자유 영토를 확보한다. 그 가운데 ‘공부하는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도 적지 않다. 아니 그것이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인생을 이끌어줄 ‘나만의 책’을 찾아라’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평생 공부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로서 나만의 아우라와 자신감 그리고 남보다 하루를 더 길게 쓰는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간단하게 이렇게 정리해준다. ‘공부로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공부, 공부하는데 저자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라면서 공자와 소크라테스에게 배우라고 권한다. 먼저 공자의 공부법은 ‘배움 그 자체를 즐겨라’라고 일갈(一喝)한다.



"너는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무언가를 배울때는 온 마음을 다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배움이 즐거워서 모든 근심 걱정도 잊어버린다. 그뿐인가. 나이가 들어서 늙음이 찾아오는 것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더 이상 풀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자가 제자에게 가르쳐준 세 가지 공부 원칙’은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스스로 공부하라’,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라’,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등이다.소크라테스의 생각법은 ‘생각하고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라’이다



“자신은 다 알고 있다고 속이지 마라”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여기까지는 알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라”



소크라테스가 서양 철학의 스승으로 인정받는 것은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즉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란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제시하는 토론에 대한 공부법은,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평등한 활동이다’,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토론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등으로, 생각의 힘과 상대방의 생각을 유도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솔직히 말한다. ‘공부하는 삶을 사는 것은 분명 어렵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노력을 하면 가능하다고도 말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되지 않을 때는 규칙을 만들어라’, ‘매일 할 수 있는 쉬운 규칙이 좋은 규칙이다’라고 하면서 차라리 매일 20분씩 책을 읽는 규칙을 세우는 것이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충 설명도 곁들인다.
그러면 ‘평생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이토식’ 공부법’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라면서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라거나, 서점도 좋은 자극이 된다고 한다. 이어서 ‘죽어도 책 읽기가 싫은 사람들을 위한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단 한 줄이라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찾아보라’,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책과 만나라’, ‘책을 따라 넝쿨을 뻗어 나가라’ 등이다. 이외에도 ‘고전을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공부가 되는 대화 VS. 시간을 낭비하는 대화’, ‘어떤 수업이든 끝날 때까지 3가지 질문거리를 만들어라’,‘나를 즐겁게 한 순간을 기록하라’, ‘경계 없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배워라’, ‘몸에 밴 공부가 진짜 공부다’, ‘최선을 다한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으로 저자만의 공부법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하지 않아서 잘 읽힌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토의 충고는 현실적이다. ‘특히 당신이 어떤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공부를 가까이하길 바란다. 당신이 어떠한 실수를 저지를 때 옆에서 정확하게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나는 그 누구보다 경험이 많고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을 경계하고 싶을 때 공부는 겸손한 학생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에도 관심이 간다. 저자의 책 읽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 콘라드로렌츠의 『공격 행위에 관하여』,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 공자의 『논어』, 시부사와 에이치의 『논어와 주판』, 플라톤의 『향연』, 『국가』 등이다. 보편적인 도서들이다.
최근에 공부와 관련된 저서들이 여럿 출판되어 읽는 재미를 도와준다. 진웨준의 『사람공부』, 조윤제의 『말 공부』는 동서고금 내지 인문고전에서 찾은 지혜를 정리하고 있으며, 서가 한쪽에 꽂혀 있는 장정일의 『공부』와 장회익의 『공부도둑』은 깊이 있는 독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공부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며, 그를 통해 더욱 진보해 나간다. 그래서 공부는 진화한다.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희만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국사의 이해』, 『화랑세기를 다시 본다』 등의 공저서와 「수여선의 개통과 사회변화」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최근 인터넷신문 뉴스피크에 ‘헌책방의 인문학’이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격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댓글달기_글자수 500자로 제한되며 욕설, 비방글 삭제됩니다.

댓글입력
  • 손님2022-11-10 13:42:28

    갈리레오갈리레이



수원문화재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