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도서관 기행]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드는 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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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기행]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드는 어린이도서관



글 송현수 바른샘어린이도서관 팀장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2003년 시민단체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MBC ‘느낌표’라는 TV프로그램이 함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순천기적의도서관이 개관을 하였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 어린이도서관 붐이 일어났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전국에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 많은 어린이도서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는 2005년에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지혜샘어린이도서관, 바른샘어린이도서관 3개의 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하였다. 그리고 2014년 2월부터는 수원문화재단에 위탁되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공공도서관에는 어린이실(어린이 열람실)이 있지만, 단독 건물로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건립되어 운영되어는 사례를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다. 그러면 왜 어린이전용도서관이 필요할까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의 어린이도서관 정신과 건립취지에서 그 의미를 가장 잘 찾을 수 있다.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 어린이는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 부당하게 억눌리지 않을 권리, 그늘진 곳으로 내몰리지 않을 권리를 갖습니다.
어린이는 온갖 새로운 것들에 이끌리고 신기한 것들에 매혹될 권리를 가집니다. 어린이는 미래를 몰수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는 빈곤과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혼자 골목을 돌며 우는 아이들이 백만 명이 넘고,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여러 불행한 조건 때문에, 혹은 어른들의 틀린 욕심에 발목 잡혀서, 자유로운 성장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담 없이 책을 사줄 수 있는 부모와 가정도 결코 많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은 사회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정당한 성장의 권리를 보장하고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의 평등을 확대해주어야 하며, 가능한 한 최선의 창조적 성장환경과 최선의 봉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기회, 환경, 봉사를실현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민간방송,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추진해오고 있는 어린이 전용도서관 건립 사업입니다.
-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 운동


이를 요약하면 어린이들에게 최선의 창조적 성장환경과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회의 사회적 평등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모형의 어린이 도서관을 제시하고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서관의 모델 제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고 어린이도서관이 왜 중요하며,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나 이용행태가 매우 기이하다. 도서관을 독서실, 학습실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도서관을 책을 읽고, 빌리기 위해 이용하기 보단 자기 공부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린이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 탈피와 새롭고 창조적인 운영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기적의 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의 운영 모델이 많이 제시가 되었으면, 전국의 많은 어린이도서관이 공부방이라는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공간이 아닌 이야기, 미술, 음악, 연극, 우주, 자연, 환경, 과학 등 아주 다양한 주제를 경험하게 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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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중심이 된, 상상놀이터



도서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해도 가장 중요하며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은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여러 가지 이유를 굳이 들지 않아도 책이 없는 도서관은 있을 수 없듯이 도서관에서는 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전개한다 하여도 그 중심에는 책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 질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어린이도서관에는 특히 책을 선정하고 구입할 때 신중을 기해야한다. 오늘날 높은 교육열과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 이익 창출에만 눈이 멀어 상업적이고 질 낮은 책들을 마치 이 책만 읽으면 모든 아이들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을 펼친다.
물론 그러한 책들이 모두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그러한 책들이 전집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아이들에게 다량의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여 독서가 습관이 아닌 학습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독서를 학습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하기에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책을 선정할 때 매우 신중을 기하여 하며, 책 읽기를 학습이 아닌 일상생활에 자연스러움으로 받아 들여 질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출판되는 많은 어린이책 중에 도서관에서는 예산이 한정적이어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책을 선정할 때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서운동단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추천도서 그리고 출판단체, 각종 유관기관의 추천도서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여야 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요즘 책들은 교묘하게 상업주의가 개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린이책에 대해 공부를 끊임없이 하여야 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부모들과 같이 책도 읽어보고 상의도 하면서 책을 선정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도서관에서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는 책은 만화나 만화로 된 지식정보 책들이다. 일반적으로 학습만화 또는 만화로 된 책들은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정보의 내용이 왜곡되지는 않았나, 그림이 조악하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이지는 않은가, 이야기 구성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는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설령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만화책이라도 정서상 해로울 수 있다면 선정에서 배재하여야 한다.
책 선정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아이들이 책을 학습의 도구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다. 엄마 손에 강제로 이끌려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다면 과연 그 아이가 스스로 도서관에 오게 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일단 도서관에 흥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아지트처럼, 책을 친구처럼 여기도록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독서지도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부모교육을 통해 올바른 책읽기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도서관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놀이터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고 싶은 도서관, 책도 읽고 다양한 체험도 하고 때론 뛰어놀기도 하는 도서관, 책이 중심이 된 상상놀이터, 이것이 진정한 어린이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슬기롭고 지혜로우며 바르게



지난 10월 제52회 화성문화제에 화성 행궁 광장 앞에는 거대한 한옥마을이 만들어 졌다. 아이들은 집에서 모아온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금씩 마을을 만들어 갔다.
아이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제52회 화성문화제를 맞이하여 수원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3개의 어린이도서관과 K12건축학교의 여러 건축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4일이 지난 후에는 엄청난 크기의 마을이 만들어 졌다. 정조의 효심과 개혁사상의 산물인 화성 축성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고, 건축물을 통한 협동심을 기반에 둔 체험학습과 공동작업으로 사회적 유대감을 향상시켜 건축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4일간의 작업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지난 가을날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지난 여름방학 기간만 해도 3개의 어린이도서관에서는 독립예술작품 전시, 옛날놀이배우기, 에코부코 페스티벌, 별자리 관측 등 다채로운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도서관에서 1박 2일’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고 퀴즈를 풀어가며 협동과 배려의 가치를 깨닫고 런닝맨 이름표 떼기, 간식 쟁탈전 복불복, 귀신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즐기며 모처럼 책상에서 벗어나 뛰노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밤에는 서가 사이사이마다 이불을 깔고 누워 새벽이 가깝도록 수다를 떠는 이색경험도 했다. ‘도서관에서 1박 2일’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진행되었는데, 접수가 시작 된지 1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방학 기간이 아니어도 다양한 강의와 전시, 영화제, 음악회 등이 꾸준히 열리며 아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도서관 큐레이터’라는 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큐레이터 교육을 시켜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작가 섭외 및 작품 전시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에 있다. 이처럼 작년 2월부터 수원문화재단에서 위탁운영 중인 슬기샘, 지혜샘, 바른샘어린이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전개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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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역공동체 중심의 문화거점 역할을 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도서관 별로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어린이사서동아리, 청소년 그림책 연극동아리, 어린이기자단, 대학생 서포터즈, 독서동아리, 할머니가 읽어주는 옛날이야기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내 집같이 여기며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피동적 참여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로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식이 아주 조금은 생겨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어린이도서관의 사명과 건립취지, 책이 중심이 된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함께 꿈꾸며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도서관이 되기에는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긴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예정인 북스타트, 책읽는어머니학교, 자원활동가운영,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프로그램 전개, 어린이책 연구동아리 운영 등을 비롯하여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 운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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