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특집 3] “돈 되는 것 없어도 재미난 것은 넉넉”
돈 되는 것 없어도 재미난 것은 넉넉
글 엄주용 화성공연팀 사진 오창원
수원 골동품점 ‘추억’에서 추억을 쌓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 추운 겨울이 오면 문득 떠오르는 추억의 호빵 CF.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춥다고 아우성대며 움츠러드는 몸과는 달리 정신없이 지나쳐온 한해를 문득 돌아보며 생각은 날개를 펴고 머릿속 곳곳을 다니며 기억의 단편들을 꺼내들어 ‘추억’ 을 만든다.
2015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월트디즈니사의 ‘인사이드 아웃’ 에서는 ‘감정’이 ‘기억’으로 치환되고, 그 ‘기억’이 다시 ‘추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을 훌륭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국내 관람객 500만여명의 추억을 되새김시켰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억 중에 특별한 기억을 ‘추억’이라고 부르며 잊지 않고 기념하려고 한다.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특별한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 듯 수원 화성행궁의 화령전에서 북포루로 가는 길에 위치한 골동품점 ‘추억(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315-2)’은 상호처럼 나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좌)추억의 잉크병과 초등학교 교과서, (우)세로쓰기 형태의 공책들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다채로워
이곳에는 진귀한 골동품이나 자료가 참으로 많다. 박 사장은 그 하나하나를 친절히 보여주고 사진촬영에도 적극 협조하는 등 나름의 열의를 보였다. 오히려 보는 사람인 우리가 걱정했을 정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근현대사 자료들이 개인적인 자료부터 공식자료들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금은 귀해지는 것들로 바뀌어 이곳을 빛내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골동품은 수원은 물론 다양한 지역의 근현대 자료들이 많다는 점이다. 1922년도에 제작된 연천 지역의 7만분의 1 지도와 같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자료들도 있다. 그밖에 대한민국 해방 10주년을 기념한 ‘해방 10주년기념 산업박람회(1955년 10월 1일~11월 30일)’의 팸플릿 일부도 있어 그 시기 TV가 들어오면서 1960대 TV 열풍을 일으키게 된 계기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수원뿐 아니라 근현대사 부분에 관심이 많아도 ‘추억’은 반드시 봐야 할 수원의 필수 관람 코스가 되겠다.
‘국민체조 교범’과 ‘화홍문’을 소재로 한 매병 등 희귀자료가 많다
신풍초 옛 사진 자료 등 즐비
특히 수원과 관련된 자료들 중에는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자료들이 많이 있었는데 도대체 이런 것들을 다 어떻게 구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1903년 개교한 전통 있는 수원의 삼일상업고등학교는 개교 이후 시간을 거쳐 1955년 3월 7일 그 당시 문교부(교육·과학에 관한 업무 및 교과용 도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중앙행정기관)로부터 수원 삼일상업고등학교로 설치인가를 받았는데 그 때의 설치인가 교지가 여기에 있다. 그밖에 수원의 수원중고등학교와 신풍초등학교의 옛 자료들도 이곳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동품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다. 삶의 흔적이고 따스한 인간미의 현재이기에 더 애뜻하고 소중하다.
1933년 수원군에서 발행된 사진집 ‘수원’은 그 당시 수원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냈으며,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농사원(농사원은 농사교도법에 의하여 1957년 5월 28일 농사원의 직제가 대통령령으로 공포되고, 같은 해 6월 15일 권농일을 기하여 수원에서 개원된 농림부장관 소속의 기관으로 1962년 4월 1일 농림부의 외청인 농촌진흥청이 설치되면서 폐지)의 자료로 머리말에는 수원농업시험장 원예부에서 발행했다고 적혀 있다.
그 밖에도 ‘추억’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고 그것들은 박 대표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가치 있는 자료로 거듭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남은 ‘추억’들은 ‘인인화락’의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