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예술인열전] 가야금과 스포츠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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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열전]

박성신 가야금 연주자 가야금과 스포츠 댄스



글 황성규 경인일보 기자 사진 김신



지난 12월 중순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박성신 가야금 연주자를 만났다.
이곳은 연습 공간 뿐 아니라 연주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작은 무대도 갖추고 있어 전반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기국악경영대회 기악 대상 수상



‘Contempary music band 567동인으로 활동 중인 가야금 연주자 박성신은 과거 세종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과 정동극장 예술단 연주단원을 역임했던 실력파 연주자다. 그녀는 수원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자랐다. 수원 영복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용인대학교 국악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한양대학교 음악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녀는 이미 고등학생 시절 '제3회 경기도 청소년 종합예술제'에 참가해 기악 부문 대상을 차지했으며, 이후 ‘경기도 국악경연대회'에서도 기악 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연주 실력만큼, 화려한 수상 이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유수의 각종 공연에 초청돼 협연을 펼쳤으며, 여러 차례 독주회를 통해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 왔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러시아, 인도, 요르단, 케냐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처럼 그녀는 전 세계를 누비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홍보사절단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며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흔한 질문이지만 그녀가 가야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뭔가 거창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녀가 가야금을 접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 출발했다. 박 연주자는 “어렸을 때 무용에 관심이 있어서 무용 학원에 다녔는데, 그 연습실에서 우연히 가야금을 접하게 됐다. 6살 무렵 처음 가야금을 만지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가야금과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가야금과의 끊임 없는 대화



그녀가 가야금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주변에서의 권유나 강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국악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목표 의식이나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가야금과의 인연은 좀처럼 멀어지지 않았다.
박 연주자는 “송정초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우연히 학교에 가야금반이 있었다. 어렸을 때 조금 배웠던 가야금에 흥미가 남아있던 터라 가야금반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야금과의 우연한 인연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도 계속됐다. 그녀는 “영복여고에 진학했는데, 이 학교에 또 마침 가야금반 동아리가 있었다. 더욱이 동아리를 이끌던 선생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면서, 마치 플레잉코치처럼 친구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병행하게 됐다. 일부러 가야금을 위해 학교를 선택한 것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희한하게 가야금을 계속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걸 보면, 가야금은 평생의 운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전문 교육을 받지도 않았던 데다, 예술 전문학교도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기량을 쌓았기에 그녀는 이 때까지만 해도 국악 쪽으로 진학할 생각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경기도 청소년 종합예술제’에 참가해 기악 부문 대상을 차지하면서 그녀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게 됐다. 어찌 보면 그녀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던 셈. 결국 용인대 국악과에 진학하면서, 그녀는 장시간 취미 활동 정도로만 생각했던 국악을 그녀의 평생 숙명으로 여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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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한 가야금, 지금은 운명의 가야금

이날 박 연주자의 연습실에는 각양각색의 가야금들이 벽면에 세워져 있었다. 크기도 다양했고, 줄의 개수도 달랐다. 박 연주자는 “대중들이 보통 가야금이라 알고 있는 것은 줄이 12개짜리지만 이를 개량해 18줄, 25줄로 만든 가야금도 있다”며 “25현 가야금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독주곡을 연주하고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지난 10월 수원SK아트리움에서 가야금독주회를 가졌다. 이정면 작곡가와 함께 25현 가야금에 관해 고민하던 중, 뜻이 맞아 5곡의 25현 가야금 창작곡을 연주키로 기획했던 것. 그러던 중 수원문화재단의 후원까지 등에 업게 됐다. 보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음악 뿐 아니라 여기에 미술을 결합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연을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박 연주자는 “몇 해 전 미술전시회에 갔다가 접했던 작품을 통해 음악에서나 느낄 법한 리듬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본래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해당 작품을 창작한 라오미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됐고, 이번 공연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무대디자인을 그의 작품으로 꾸미게 됐고, 가야금 연주와 너무나 절묘한 조화를 이뤄 당시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게 훌륭한 볼 거리와 들을 거리를 함께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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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주자는 국악을 전공한 연주자지만, 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분야를 고민하는 예술가다. 그녀는 이번 미술과의 콜라보 공연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시도를 머릿속에 구상 중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춤’을 공연에 접목하고 싶다는 계획을 넌지시 드러내기도 했다.
박 연주자는 “전통춤은 물론이고 차차차나 스포츠댄스에도 관심이 많다. 음악을 하면서 박자감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과거에 스포츠댄스를 배운 적이 있다. 파격적인 시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현대적 감각의 춤을 가야금 공연에 접목 시킨다면 이 역시 굉장히 신선할 수 있다고 본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지 않겠는가”라는 자신만의 견해를 밝혔다.
그녀가 이처럼 다른 예술 분야와의 다양한 협업 무대를 끊임없이 준비하고 시도하는 것은, 바로 국악의 '대중화'에 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박 연주자는 “전통음악이기에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이 공연장에 와서 재밌고 즐겁게 공연의 본질을 느끼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비단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국악계 전체가 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통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연주자로서 그녀가 지향하는 목표다. 박 연주자는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정통성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결국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 감각에 녹아들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듬감을 위해 스포츠댄스를 배우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만 같은 그녀지만, 연주자로서 숱한 슬럼프도 겪었다. 박 연주자는 “늦게 시작한 만큼 정말 앞만 보고 무조건 열심히 했다. 연주자로서 공연에 매진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끊임 없이 배움의 길을 걷고, 또 교육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참여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30대 초반쯤 슬럼프가 찾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이 속해 있던 일을 잠시 내려 놨다. 그리고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것은 ‘배움’이었다. 박 연주자는 “슬럼프를 뛰어넘기 위해선 일상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국악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이 때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됐는데, 더 깊은 배움과 연구를 통해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가야금과 거문고의 차이를 묻는 다소 무식한(?)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국악계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힘들었던 과거사에 관한 속내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솔함이 느껴졌으며, 이를 당당히 극복해 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강인한 예술혼마저 엿볼 수 있었다.
향후 계획과 목표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국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바란다’는 짧고도 강렬한 답변을 전했다. 박 연주자는 “국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분야라고 확신한다. 국악이 외면받지 않고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다. 당장 내년 공연부터 관객들을 만족 시킬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야금과의 인연처럼 이제는 더 많은 대중들과 악기를 통해, 공감을 통해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국악 뿐 아니라 음악과 예술 전반에 걸쳐 애정이 묻어나는 박성신 연주자, 그녀는 천상 예술가였다.



황성규는 경인일보 기자는 E채널 ‘용감한 기자들’에 고정 출연하는 등 사회부 기자를 거쳐 현재는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감성저널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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