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공간탐색] '안녕?’에서 ‘안녕~’까지,
'안녕?’에서 ‘안녕~’까지,
글 이미솔 문화기획자 사진 오창원
모습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소다(SODA)’라는 이름은 ‘건축과 디자인의 공간(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을 줄인 말이다. 국내 전시 공간 중에서는 흔치 않게 디자인과 건축을 주제로 하는 곳이 생긴 것이다. 방치된 미완의 건물을 재건축한 탄생의 배경을 고스란히 담은 첫 전시
관람객 중심의 열린 공간
실내 전시공간 만큼이나 소다미술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공간은 로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잔디밭과 루플레스 갤러리(Roofless Gallery)였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과 관람객이 덩그러니 자리하는 일반적인 전시장의 구조와 달리 공간 안에서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다. 불필요하게 권위적인 분위기를 없애고, 동네 마실 나가듯 편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장동선 관장의 말대로 미술관은 사용자 친화적인 공간이었다.
사용자에게 편안한 공간, 그리고 많은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보다 능동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머물다 보면 공간을 이해하고 또 친숙해질 수 있다고 장동선 관장은 설명했다.
레스토랑 뒤로 펼쳐진 야외 공간에는 잔디가 깔렸고 그 너머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워크숍 공간 ‘플레이박스’가 자리한다.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시각 소재의 교육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공간을 누리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탁 트인 공간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편안한 놀이와 휴식을 제공한다.
잔디밭 옆으로는 천장을 떼어낸 루플레스 갤러리가 있다.
실내인 것 같기도 하고 야외인 것 같기도 한 이곳은 여러칸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콘크리트 구조물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설치 전시가 주로 이루어지고, 작품이 없을 때에도 벽사이를 거닐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이 공간 자체가 지니는 강한 개성 때문에 이곳에 설치 작업을 펼치는 작가에게는 공간과 협업을 이루어내는 것이 필수 과제이다. 공모를 통해서 신진 작가들에게 주로 이 기회가 주어지는데, 소다미술관의 큐레이터는 많은 작가가 이곳에서의 전시를 통해 한 걸음 씩 성장하기도 했다는 후문을 전해주었다. 신진 작가들은 <플레이그라운드:MOVEMENT 전> 공모를 통해 루플레스 갤러리와 루프덱(Roof Deck), 아트테이너(ARTainer) 등에서 전시를 연다.
미술관 공간을 철저하게 사용자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해 구성한 점이 소다미술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예술가와 작품은 뒷전이란 이야기일까? 장동선 관장은 넛지효과(Nudge Effect)를 설명했다. 팔꿈치로 쿡 찌르는 행동에서 출발하는 넛지효과는 대상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작은 데에서부터 ‘슬쩍’ 변화를 유도한다. 어떤 이유로든 미술관을 많이 찾고, 작품과 함께 호흡한 체험은 나중에 더욱 다양한 전시 관람과 작품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예술과 친숙하고 이를 누릴 줄 아는 인구가 늘어나는 거다. 이는 문화 기반의 확대로 직결된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아, 그리고 100% 기획전으로 운영되는 주 전시공간과 함께 디자이너와 건축가, 예술가에게 개방되어있는 다양한 공모도 잊으면 안 되겠다. 2층에 신진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전시공간 ‘디큐브 드링크박스’가 그 몫을 탄탄히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붕 없이 오픈되어 있는 공간인 루프레스 갤러리(Roofless Gallery)
미술관 내 카페
주기적으로 열리는 지역민과의 모임도 마련돼있다. 소다씨씨(CC, Community Connector)는 미술관을 방문했던 주민 자문단이다. 이들과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운영이나 정책에 관한 것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간다. 모임에 참석하는 주부들도 소다미술관과 서로 도움이 되기 위해 적극적이다. 전시나 행사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들에 관해서도 솔직한 응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이다.
미술관이 주민에게 내용을 제공하는 강연 등이 아니라, 사용자인 주민들이 미술관에 의견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무척 개연성있는 소통의 방향이지만, 그동안 다른 미술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시도이기도 하다.
미술관 안의 공간을 소개하는 장동선 관장은 대화하는 내내 활기가 넘쳤다. 배낭을 메고 활짝 웃던 첫 인상은, 어떤 관람객과 작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변화할 준비가 돼있는 미술관 공간과도 닮아있었다. 공간에 들어오는 어떤 요소들과도 유기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라는 열려있는 공간. 소다미술관을 찾아가는 모든 분이 밀도 높은 예술과 디자인과 건축이 만나는 현장을 경험하실 수 있기를, 아울러 그 안에서 공간과 멋진 협업을 만들어 보시기를 기대해 본다.
위 치 :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 707번길 30
문 의 : 070-8915-9127
운영시간 : 10:00-19:00(월요일명절연휴 휴관)
홈페이지 : www.museumsoda.org
이미솔 문화기획자이자 칼럼니스트. 밀도있는 일과 풍부한 여가를 추구하는 바쁜 한량이다. 일간지와 잡지, 웹진 등에 기고해왔으며 현재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에서 프로그램 ‘골목한쪽’을 진행하며 방송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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