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특집 2]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들의 이야기 낭만 TALK


[특집 2]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들의 이야기

낭만 TALK



글 박승현 낭만톡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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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불쌍한가

최근 들어 각종 매체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을 일컫는 신조어들도 생겨났는데, 헬조선, N포세대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도통 청년들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먹고 살기 힘든 청년에만 집중하고 있는 시각들이 아쉬울 뿐이다. 청년들이 이정도로 불쌍했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보도들에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쉽사리 공감하지 못했다. 좀 더 많은 친구들과 ‘청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때마침 수원시 내 청년 공간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SNS로 함께 모여 이야기할 청년들을 찾았다. 그렇게해서 모인 청년들이 어엿 30명. 2015년11월부터 현재까지 행궁동 청년들의 거점이라고 이야기 할 수있는 행궁낭자슬리핑테이블공존공간을 돌아가며 정규모임21회, 운영모임 20회를 진행했다.



처음엔 수원시 청년 정책과 청년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번번이 현실가능성에 대해 마주해야했고 내 얘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던 탓인지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판단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모여 논의해본 결과 ‘나에 대한,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해보자고 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청년공간 모임이라는 딱딱한 이름에서 말랑말랑한 ‘낭만톡’이라는 이름도 만들었다. 다음은 낭만톡에서 정한 몇 가지 원칙이다.



첫째, 우리가 이야기 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하자.
둘째, 재미를 추구하자. enjoy가 아닌 pleasure!!
셋째,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자.
넷째,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자.



낭만톡은 ‘나’라는 개체를 깨닫고 ‘나’가 모여 ‘우리’를 깨닫는 과정이었다. ‘수원’, 청년’, ‘문화’라는 키워드를 갖고 나에 대해 얘기하고,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에서 낭만톡의 재미와 의미가 생겨나는 듯했다.위의 원칙들은 진행하며 발견하는 소소한 단점들을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개개인의 성향이 강한 친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소외되는 이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열려있는 모임이라고 했지만 새롭게 합류하게 되는 친구들은 기존의 친구들과의 온도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임에서 오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SNS에 공유했고, 이는 또다른 사람들이 합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기록과 공유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네트워킹 모임의 단점은 회를 거듭 할수록 중심 주제가 흩어질 수 있고 결속력이 약해지기 쉬운데, 기록물은 하나의 준거점이 되어 우리 모임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다. 공동체의 경험이 비교적 적은 2~30대에게 서로 돌아가며 기록하고 공유하는 경험은 공동체를 이해하고 만드는 좋은 훈련이 됐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청년에 대한 정책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다 좋아한 것만은 아니다. 정규모임에 참가하는 수가 점점 줄었고(초기 회당 30여명 정도가 모였고 60여명이 네트워킹에 참여하고 있음) 최근 적게는 5명, 많을때는 15명 정도가 모인다. 모이는 숫자가 적어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다.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욕구와 규모의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됐다. 시간이 지나 내부에서 기존 네트워킹의 개념을 확장해서 개인의 욕구를 바탕으로 소모임을 만들었고 소소한 소통을 시작했다. 오히려 여기서 만족감을 얻은 친구들이 남아 더 끈끈한 결속력을 만들었다. ‘콘텐츠’를 공동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말하진 않았지만 이런 콘텐츠가 분명히 더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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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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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부터
행궁낭자’에서 진행된 정규모임
‘공존공간’에서 진행된 정규모임
‘오뎅빠’에 모인 청년들
‘오뎅빠’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할 수 있을까

낭만톡에서 SNS를 통해 온 친구들이 우리가 수원 청년 정책, 청년공간 등에 대해 토론한 게 정말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과 공간이 현실에서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수원에서는 사실 ‘청년’을 대상으로 공동의 주제로써 진지한 이야기가 다루어진 적이 별로 없다. 반대로 청년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며 나선 적도 없다. 소수의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사회혁신가들의 이슈였을 뿐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청년’ 정책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자리와 토론의 문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문화를 지원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하고 구체적인 ‘청년’의 보편성을 담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며 참여 또한 확대될 것이다.
청년 이슈가 대두되는 것은 단순히 현재 일자리와 살림살이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저성장 국면인 이른바 제페니제이션(JAPANIZTION)으로 가고 있다.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도시의 경쟁력 강화가 요구될것이다. 기존 구조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다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안적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면 도시(마을)청년문화공유의 키워드로 ‘혁신’을 했을 때만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짜 혁신은 가능할까.
아직 청년들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스스로는 느끼고 있으나 청년이슈를 가지고 집단화(창업단체 등) 하는 과정에서 이용되거나 좌절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개인의 문제를 국가도시마을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포기를 하고 경쟁적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을 하려고 애쓴다. 공동체 보다는 개인의 경쟁(입시취업)을 교육 받았고 기성 세대보다 공동체를 통해 무언가 이룬 성공 경험이 비교적 적기도 하다. 낭만톡에서는 행궁동에 모여 자기 자신을 인터뷰했고 ‘엿듣다’라는 주제로 내 비밀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 놓을 수 있는 ‘오뎅빠’를 기획했다. 처음엔 2달 정도로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우리는 반년이 넘게 모임을 지속하고 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소소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이라는 등호로 도시 경쟁력 강화나 지역문화진흥을 이뤄낼 수 없다. 예술은 예술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며 발전이 돼야 하고, 문화는 문화 나름대로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민주적인‘토론’ 과정이 필요하다. 선민의식을 가지고 기획된 문화가 아니라 시민들(청년)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낭만톡 어록



나’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폭풍 ‘공감’이 되는 어록이 탄생한다.
“취업을 안 하자니 돈이 없고 취업을 하니 내가 없다_행궁동 I양”
“20대 초반은 대학생만 있나요?_창룡문 근처 사는 J양”
“즐거움이 있어야 관계가 견고해진다_행궁동 잠자는 소공녀”
“관계를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한다_누군가”
“관계의 핵심은 놀이가 돼야 한다_누군가”
“청년정책이 이슈가 아닌 핵심이면 좋겠다_낭만톡"



토론 내용



낭만톡은 참여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토론을 진행했다. 열기가 있었던 두 가지 토론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취미와 일
일과 취미의 경계선
•일=취미 : 사회적 질병을 줄일 수 있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가능한 경우만 가능하다.
•일vs취미 : 서로의 간섭으로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다. 취미는 삶의 지속성의 상태
•일(취미) : 일을 위해서 취미가 필요하고, 휴식과 힐링이 될 수 있다.
•일과 취미 : 구분되게 생각 안해야 된다.
•취미 없음 : 환경적 영향(경기의 흐름)으로 안 해도 된다. 취미와 일이 같이 지속되려면 시스템적으로 보장해야 된다.
예)취미생활적립금, 스웨덴 비그포르스 취미와 일로써 어떤 걸 경험해야 먹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
연령별 대화
19세 놀이문화를 위한 공간(취미, 동아리 활동 등)
상담 공간
20대 초반 진로고민, 진로선택
spec.(자격증, 대외활동, 학점 등)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
다양한 경험
20대 중반 지역 안에서의 공간, 목표와 꿈
20대 후반 이상과 현실의 조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공간
시간적 여유
30대 초, 중반 돈, 휴식, ‘선배’라 부를만한 사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엿듣다_오뎅빠



헬조선흙수저불황저성장자살불안 등 미디어에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청년이 결합이 된다. ‘청년’이라는 말 조차도 이젠 부정적이기 까지 하다. 그냥 편히 내 마음을 열어 둘 수 있는 곳. “당신의 비밀을 이야기해 주세요”



수원에서 서식하는 청년 생태계조사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또래 청년들의 삶과 고민, 욕망이 궁금하여 수원에 서식하는 청년 생태 조사를 진행하고자 진행하였다.
https://docs.google.com/forms/d/11C_WsgxEG_kz-pYRT1axi8KTxQlghNz3L0cxuQciLs/edit?usp=drive_web#responses (결과참고)



낭만톡



낭만톡은 경기도 남부와 수원에 살거나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네트워크다. 2015년 11월 수원시에서 청년 정책과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SNS를 통해 수원 청년들이 모여 청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임을 시작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 다양하듯 낭만톡의 멤버들도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칫 공감대가 없는 사람들이 좋은 의미만을 가지고 교류하다보면 재미를 잃기도 한다. 그래서 낭만톡에서는 ‘문화’를 매개로 다양하고 즐거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때론 묵직하게 때론 가볍게 뭉치고 흩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비밀이 없는 공간 ‘엿듣다 오뎅빠’, 우리들의 설날 축제 ‘병신년 풍등 날리는 소리하네’, 서로의 재능을 배우고 나누는 ‘원데이 클래스’, 본격 동네 청년들 설문 ‘2016 수원 청년 생태계 조사’ 등 다양한 소모임을 진행하기도했다.
낭만톡에서 진행 하는 모든 모임은 ‘공유’를 하고 있으며 ‘참여’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중시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즐겁고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 모이고 행동할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한다. 아래 주소를 참고하도록!
https://www.facebook.com/suwonchung/



박승현 ‘삶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으로 마을 안에서 재미난 것을 기획하고 마을 청년과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 그리고 낭만톡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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