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인물포커스] 사진, 역사의 현재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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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석 작가의 작업실


[인물포커스]

사진, 역사의 현재를 논하다



글 이형복 화성공연팀장



안성석 작가 인터뷰 :
그의 작업장은 휑함 그 자체였다.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작가의 욕망과 그것을 기다리는 숙명의 공간. 언제나 창작의 현장을 찾는 일은 즐거움이다. 그것이 열정의 용광로와 냉철한 북극의 한파를 오가며 정신을 쏙 빼놓아도 말이다.



고단한 시간적 공력과의 싸움



수원 인계동의 한 빌딩 4층에 자리 잡은 그의 작업장은 미처 정리되지 않은 작업도구와 자료들이 너부러져 있었다. 최근 작업장을 확장하면서 손수 천정을 뜯고 바닥을 보수하는 대단 위 공사를 감행했다.
안성석(32) 작가의 도구는 카메라다. 세상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카메라. 피사체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구현하는 카메라. 그러나 그의 작업장에서 마주한 것은 고상한 카메라 보다는 드릴이나 전선, 파이프 등 좀처럼 용처를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해답은 그의 작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메라에 담은 데이터를 활용해 중첩된 이미지를 구현한다. 여기에 지난 역사와 현재를 오버랩하며, 때론 몽상적으로 때론 비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그는 직접 만든 배를 만들어 한강 탐사에 나섰고, 경주의 첨성대 앞에서 옛사진을 스크린에 투영하기도 한다. 엽서를 꽂는 회전형 장치를 만들어 빙빙 돌리고, 한 사찰의 초파일 풍경이 시간을 업치락 뒤치락하며 영상으로 구현한다. 그에게 작업 방식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진을 베이스로 컴퓨터를 활용한 시각예술이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지만 안 작가의 작업은 고단한 시간적 공력과 다채로운 표현매체의 결합이 담겨 있다. 마치 잡고자 하는 고기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어부의 촘촘하거나 모양이 각양각색인 그물망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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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ic present023_220x172(cm)_c-print_2011



“군사정권 시절(1968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광화문에 눈속임처럼 단청만 칠해 놓았죠. 그 해체된 일부가 현재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어요. 뜨악할 정도입니다. (제가)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역사의 회복을 작업에 담고 싶었어요.”
그가 광화문을 찾은 것은 우연히 아니다. 군대 제대 후 유럽의 주요 수도를 여행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것.
“수원에 살면서 서울에 올라가면 언제 내려올까 걱정하면서 저녁나절을 제대로 지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서울서 무엇을 구경할까 궁금했죠. 당시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처음 생겼고, 아예 외국어 안내책자를 들고 해외 여행객과 함께 투어를 감행했죠.”
나름 서울구경에 재미를 느낀 안 작가는 변화된 공간에 옛 사람들이 사라졌음을 인지했다. 이후 흑백사진 등 자료를 수집했고 당시 장소(건축물)와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옛 사진 속에 있던 사람들이 제가 있는 이곳에 살았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아마 제가 찍었던 곳의 사람들도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또 다른 미래의 앞선 흔적 아닐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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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_s a one stranger_151x190(cm)_c-print _2011



수면 속의 기억을 부양하다



지난 2015년 수원문화재단이 기획한 유망예술가지원사업에 선정된 안 작가는 올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여 일명 ‘수원관광엽서’전을 기획하고 있다.
“흔히 관광사진에는 사람들이 없죠. 아마 지역의 랜드마크를 소재로 한 엽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기억과 수원이란 지역에 한정되기보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담고 싶어요. 잃어버린 개인의 흔적 혹은 회전하는 기억의 큰 틀의 엽서를 만드는 것이죠.”
대체로 그의 작품은 역사의 흔적이 담긴 사진과 동일한 장소에서 현재의 모습을 공존시키며 수면 속의 기억을 부양시킨다. 그렇다고 그가 과거에 집착하거나 현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안 작가는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역사와 현대인들이 인식해야 할 것 혹은, 놓쳐서는 안 될 것에 대해 조용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장르 구분 없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였으면 하는 편이죠. 관심 분야의 철학이나 주장을 구축하지는 않지만 저를 통해서 감각적으로 기록되는 어떤 역사들이 언어나 다큐가 아닌 동시대를 압축적으로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을 뿐이죠”
그의 작업방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존하는 구조물(건축물)을 피사체로 잡고 옛 사진의 일부를 스크린에 투영시켜 동시에 보여준다. 새벽이나 해질녘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아침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 선명했던 스크린의 사진은 점차사라지고 해질녘은 반대의 현상을 가져온다.한강에 띄운 ‘랑랑호’는 어떠한가. 경기창작센터에서 정혜정작가와 손수 만든 이 배는 심을 관통하는 한강을 오가며 63빌딩과 밤섬 등 주변 풍경을 담았다. 텅 빈 한강에 랑랑호는 유유자적 물결을 일으키며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유럽의 도시민들은 강 안팎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데, 한강은 그보다 더 깨끗하고 넓은 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겨울철 한강을 지나다 한강이 왜 이렇게 됐나 생각하며 랑랑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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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ic present002_160x127(cm)_2009



수원화성의 역사성을 작품에 담고 싶어



그런 작가에게도 고민은 있다. 작업과 삶이란 두 축을 고스란히 안고가야 하는 숙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러 지원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지만 나름의 삶을 위해 수시로 돈이 되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여러 알바를 하죠. 작가들 어시스턴트를 하며 사진도 찍고, 무용단의 공연사진을 찍기도 해요. 제가 영상작업을 배워서 틈틈이 3D모델링도 하구요. 아직 미술시장에 거래될 만한 작업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처음 사진작업을 할 때는 판매 거리가 있었지만, 그런 것을 계속할 경우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지원사업과 먹고사는 것은 별개니까요.”
안 작가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7월말께 포스트 인터넷 미디어 작업을 하는 독일 작가와 함께 2인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중국 하남성 정주시에서 열리는 국제사진전에 초대받기도 했다.
고향인 수원의 랜드마크인 수원화성에서 펼칠 수 있는 작업의 콘텐츠를 조심스레 물었다. 이전에 작가는 수원화성의 팔달문과 장안문을 오가는 장소에서 시민들을 사진과 영상에 담거나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오래된 나무를 배경으로 작업한 경험도 있다.
“만약 행궁광장에서 전시를 기획한다면 주변 건물의 전체혹은 일부를 현수막으로 감싸 영상과 사진을 투영하거나 광장의 한 부분을 가판대 형식의 나무 구조물을 만들어 시간대별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기다 안 작가는 화성행궁의 시대별 혹은 사건별 변화상을 담은 영상제작이나 수원의 역사를 재미나게 풀어가는 영상 콘텐츠를 제시하기도 했다.
장르에 구분 없이 자신의 작품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사진과 목공철공영상게임제작 등 여러 부분을 섭력한 안 작가.
호기심 많고 직접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안 작가는인터넷 이후에 확장된 감각을 기반으로 현재 펼쳐지고 있는 기억의 오류나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질서한 역사에 대해 치밀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안성석 _ 1985 출생
www.SungseokAHN.com
개인전
2014 <내일의 도덕>, 동탄아트스페이스, 화성, 한국.
2013 , 워크온워크 오피스, 서울, 한국.
2012 <사적 경험>, 브레인팩토리, 서울, 한국.
2010 , 갤러리 이룸, 사진예술 올해의 작가 지원전, 서울, 한국.
2009 , 대안공간 눈, 수원, 경기도, 한국. , 서울시립미술관SeMA 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공근혜 갤러리, 서울, 한국.

최근 주요 단체전
2016 < 서울바벨>,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메이드 인 서울>, 메이막 아트센터, 메이막, 프랑스.
2015 <물과 다리 사이의 펑셔널 가이드>_안성석과 정혜정 <랑랑;WAVEWAVE 1호>_한강: 서울, 한국.<다빈치아이디어>, 금천예술공장, 서울, 한국 <우산과 부채>, 경기창작센터, 안산, 한국.,wall space gallery, Santa Barbara,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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