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수원유람] 자연, 예술, 역사, 인간이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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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유람] 구라시키 미관지구,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자연, 예술, 역사, 인간이 만나는 곳



글 이규찬 예술지원팀장 그림 헤리안



지난 2월, 4박 5일간 정책 연수차 일본을 다녀왔다. 방문 첫 날은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방문한 후, 가가와현청에서 진행된 세토우치 국제예술축제 설명회에 참석하였다. 둘째 날은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를 찾아 베네세 하우스박물관과 빈집 프로젝트를 둘러보았다. 셋째 날은 이누지마의 제련소미술관,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진 데시마를 방문하였다. 일본의 지역들이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재생되고 있으며이를 우리시의 정책 추진에 접목할 수 있는 지 고민해보았다. 이후 내용은 일정별로 방문지를 상술하지 않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리된 내용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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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오하라 미술관
구라시키 미관지구

역사와 전통을 체계적으로 보존

일본 구라시키(倉敷)는 큰 창고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300여년 전 에도 시대부터 이어지는 구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觀地區)는 80여 채의 쌀 창고를 갤러리상점카페 등으로 개조한 곳인데, 일본 최초로 도시 미관지구 개념을 도입하여 100년 이상 전통건축물을 보존하였다. 도시구조의 지속적인 보존관리가 구라시키 미관지구로 나타난 셈이다. 인구 48만 명의 도시, 구라시키는 연간 4~5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 1969년 일본 최초로 도시 미관지구 개념 도입지역
- 100년이상 된 전통 건축물이 다수 보존 (80여채는 갤러리, 상점등으로 개조)
- 1949년 흰벽보존운동 전개, 1979년 중요건축물보존 지구지정, 2010년 전선지중화



사람, 환경, 예술, 건축의 융·복합형 도시재생



자연 속에서 인간이 예술을 보도록 만든 섬, 나오지마(直島)를 아침 일찍 찾았다. 우선 베네세 하우스(Benesse House) 뮤지엄을 둘러본 후, 지중미술관(Chichu Art Museum)을 둘러보았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은 세토 내해의 아름다운 풍치에 미술작품을 담은 건축으로 인간에게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
2004년에 문을 연 지중미술관은 모두 땅 속에 있다. 이곳에서는 그 유명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마리아와 터렐은 모네의 작품 <수련>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지하공간이 적합하다고 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건축가 안도타타오(Tadao Ando)가 미술관을 땅속에 만든 것이다.
‘이에(家)프로젝트(Art House Project)’는 1997년에 시작되었다. 예술가들은 나오시마의 오래된 마을 혼무라(本村)지구의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현대미술작품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있는 것을 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라는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신념을 반영하듯 빈집 곳곳에는 그 곳 나름대로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현대사회의 경제논리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작품에 표현되었다. 나오시마로 향하는 젊은 층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덩달아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활기를 찾고 있다.
주민의 삶과 공존하는 예술품을 오롯이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애틋해 보였다.
또한, 나오시마데시마이누지마를 포함한 세토 내해 섬12곳에서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가 개최 되는데 이를 통해 예술로 지역주민을 끌어안으며 버려진 섬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베네세 하우스 : 1992년 개관, 백남준 등 유명작가의 작품 실내·외 설치
•지중미술관 : 2004년 개관.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 전시
•이우환 미술관 : 2010년 개관, 이우환의 그림과 조각 전시
※ 나오시마의 3대 미술관이자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프로젝트 일원으로 안도 다다오가 자연과 환경, 작품에 부합되도록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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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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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데시마 미술관 (photo by Ken’ichi Suzuki)
이에프로젝트 중 하루카 코진의 작품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photo by Naoharu Obayashi)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헌신적인 참여

오하라 미술관(大原美術館) 건립과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탄생에는 오하라 마고사브로(Magosaburo Ohara)와 그의 아들 오하라 소이치로(Soichiro Ohara)가 있다. 일본 미술가인 고지마 토라지로(Torajiro Kojima)가 사망하자 유작을 기념하기 위해 방직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오하라 마고 사브로는 일본 최초의 서양미술관인 오하라 미술관을 설립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를 몸소 실천한 오하라 부자의 지원과 주민들의 협조로 구라시키 미관지구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나오시마를 현재의 ‘예술섬’으로 탈바꿈한 기업이 있다. 베네세그룹(Benesse Holdings)의 후쿠타케 소이치(Soichiro Fukutake) 전 회장이다. 나오시마의 1/6을 사들여서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고, 폐기물 불법매립으로 버려진 데시마에는 데시마 미술관을 오픈하였다. 또 이누지마에는 제련소미술관(Inujima Seriensho Art Museum)을 만들었다.

•오하라미술관 : 1930년 일본 최초의 서양 사립미술관으로 개관
- 사업가 오하라 마고사브로가 건립, 엘 그레코고갱로뎅피카 소모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원작 3,500점 영구 전시

스타마케팅(권위자)을 통한 인프라 구축 및 축제 개발

아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다. 그는 자연환경, 그리고 작가의 작품과도 어우러지는 미술관을 설계하였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에는 백남준·스키모토 히로시·토매스 밸브 등의 작품이 있으며, 지중미술관에 클로드 모네·월터 드 마리아·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있다. 시간상 방문하지 못한 이우환 미술관은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우환 작가의 그림과 조각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이누지마 제련소 미술관 및 데시마 미술관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나오시마 3대 미술관(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설계
- 안도 다다오
• 이누지마 제련소 미술관 : 산부이치 히로시(Hiroshi Sambuichi)의 건축물과 야나기 유키노리의 설치미술을 일체화함(2008년 개관)
• 데시마 미술관 : 건축가 니에자와 류에(Nishizawa Ryue)와 미술가 나이토 레이(Rei Naito)의 공동작품, 물방물에 착안한 건축물과 작품(2010 개관)
•세토우치해 국제예술제
- 쇠퇴한 섬 지역을 건축과 예술로 융합한 축제, 키타가와 프람(Fram Kitagawa)
총괄 디렉터
- 2010년 7월 최초 개최(18개국 75명의 작품 설치, 93만명 방문), 3년 주기 개최
- 2013년도(2회)에는 107만명 방문, 평균 체류일 2.48일, 2박 이상 체류 45.9%
- 예술제의 경제적 효과 132억엔(1,320억원), 초등학교중학교 개교
- 2016년 30개국 200개 이상의 팀 참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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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에 전시되어 있는 쿠사마야요이의 빨간호박



자발적인 주민참여와 장기적인 문화행정



모든 프로젝트에 주민참여를 이끌어냈다. ‘나오시마 이에프로젝트’가 그러하다. 섬의 오래된 가옥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데 작가와 인근 주민이 합심한 것이다. 미야자마 다츠오(Tatsuo Miyajima)의 작품 <시간의 바다 98(Sea of Time 98)>은 지역주민과 같이 집을 복원개조하였다. 집의 내부공간을 연못처럼 만들고 1~9까지 숫자로 만들어진 LED를 방수처리하여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작품화하였다.
주민의 삶과 공존하는 예술품을 설치한 ‘이누지마 이에프로젝트’에는 작품 제작과정과 유지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구라시키미관지구의 주변 건축물 고도 제한에 관한 조례 제정은 장기적인 안목의 문화행정을 펼친 사례이다. 이렇게 민간 참여와 장기적인 문화행정의 핵심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협력이 우선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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