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특집 2] 생활 속 문화를 넘어 생활 자체의 문화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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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차원의 도시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스페이스 빔이 기획한 아이디어 교류 장터인 2015 시민 도시상상 혁신 바자회


[특집 2]

생활 속 문화’를 넘어 ‘생활 자체의 문화화’를 위하여



글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그림 임은영



속속 문을 여는 생활문화센터



최근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적 · 제도적 지원책도 구체화된 모습을보이고 있다.
우선 법적인 측면을 보면 지난 2014년 제정한 <문화기본법>에 그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제2조(기본이념)을 보면 “이 법은 문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문화의 가치가 교육 · 환경 · 인권 · 복지 · 정치 · 경제 · 여가 등 우리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중략)”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제7조(문화정책 수립 · 시행상의 기본원칙)를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며 “2. 국민과 국가.의 문화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하고 여건을 조성할 것, 3. 문화 활동참여와 문화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고, 문화 창조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에 기초하여 같은 해 만든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생활문화’ 및 관련 용어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제2조(정의) 2.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 · 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5. ‘생활문화시설’이란 생활문화가 직접적 ·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말한다. 그리고 제6조(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 등)에는 “3. 생활문화 활성화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켰고, 제7조(생활문화 지원)와 제8조(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를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진흥”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책들을 열거해 놓았다.
이에 근거하여 지난해부터 문화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전국의 광역 및 기초 단위 지자체가 주관하는 생활문화센터 건립 및 운영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였고, 그 일환으로 수요자 설문조사를 포함한 워크숍, 공간 설계 또는 리모델링 작업 등을 거쳐 속속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인천도 생활문화센터를 계획하고 있는 6곳 중 거점형 광역단위 1곳과 기초단위 3곳이 최근 여는 행사를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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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차원의 다양한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배다리 생활문화공간 : 달이네 운영의 요일가게 ‘다 괜찮아’



‘생활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근본적 지향점



이렇게 ‘생활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 이면에는 주지하다시피 그 동안 이어져 온 전문가 중심의 문화 예술 구조와 그 역할 및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소수 전문예술가들의 완성된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관람 및 체험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기대하는 예술을 통한 사회의 변화에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외려 문화와 예술을 그들에게 내맡기고 그것으로 이의 존재를 증명하게 되다보니 역으로 우리의 생활내지 일상은 빈곤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시민들 스스로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는 방안의 모색 속에서 ‘생활문화’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공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생활문화’에 대한 정의와 관련,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 · 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고 하면서 다각적인 해석 및 실행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지만 실제의 사업 현장에서 드러나는 이에 대한 개념과 모양, 지향점은 오히려 협소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 생활 속에서 기존의 제도화 또는 장르화된 ‘문화’ 또는 ‘예술’ 창작과 활동을 아마추어의 입장 및 ‘나도 예술가’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종 악기 · 노래 · 그림 · 무용 배우기 등이 프로그램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이면에는 ‘문화’ 자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이를 습득하면 자신의 문화적 수준은 물론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과연 그럴까?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생활문화’란 ‘생활 그 자체가 문화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에서 ‘문화적’이라는 의미는 영어의 ‘culture’나 한자의 ‘文化’에서 오는 근본적 의미로 유추해볼때 “인간의 도리를 깨닫고 바람직한 삶을 사는 것, 즉 제대로 된 인간발전을 이룬 것1)”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필자 나름대로 개인 및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닌 일상 삶의 태도와 방식에 접목시켜 보면, 자본주의의 이익 논리에서 벗어나 공동체 내지는 지구 환경의 관점에서 기본적인 먹고, 입고, 자고, 즐기는 부분에 문제의식을 발동시킴은 물론,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뭇 생명을 포함한 타자와 이웃 및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착한 생산 및 소비에 가담 및 기여하거나 그러한 행위 등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시민 주체상과 맞물려 있다. 즉 “지성 · 감성 · 인성 · 신체적 능력 등 주체의 다양한 능력과 자연 · 세계 · 타자에 대한 주체의 태도와 관계 맺기(수용과 표현) 능력의 다양성”과 연관된 ‘인간 능력의 주체적 측면2)’ 말이다. 그리고 이는 국내에서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문화예술교육 이념 및 목적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즉 그 동안 특정의 제도화된 문화 공간 내에서 ‘관객’ 내지는 ‘소비자’, ‘향유자’의 이름으로 호명 내지는 참여하게 되는 모양새를 넘어서,
시민들 개개인이 지닌 문화적 역능의 균형적 개발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환경과 조건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의 소유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성을 생활 차원의 다각적인주제와 국면에 접목시켜 구체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관점이라면 기존의 ‘문화’, ‘예술’ 또한 단순히 무시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근본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찰성이나 전복성, 상상력을 다각적으로 타진하고 풀어내어 시민들의 생활과 접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면 기존 전문 예술 주체들의 자기 변화가 필요하며, 단순히 기술이나 기예 전수가 아닌 적극적이고 복합적인 차원의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 개발과 진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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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원미동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가지연구소 기획 : 심야식당(포스터)

민간운영사례로 본 '생활문화' 활성화정책의 난맥상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생활문화센터 본격 개관 및 운영 이전에 이미 민간 차원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넘어서는 가운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 및 공간 운영을 해오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스페이스 빔의 경우, 예전부터 ‘커뮤니티’라는 열린 조직을 표방, 작가 또는 전문 예술가 · 생산자 ·창작자 대 일반 주민 · 아마추어 · 관람객 · 수용자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위계 관계를 흐트러뜨리고, 모두를 ‘시민’의 관점에서 ‘함께 하는’ 주체로 마주하거나 만남을 주선하며 스터디나 교육프로그램, 생태 캠프, 공공미술 및 공동체 프로젝트, 도시 혁신 캠프,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가급적 삶의 현장에서 또는 이와 접목하여 진행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곳에의 참여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민 주체로 거듭나게 되고, 자연스레각자의 일상 속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 빔이 자리한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에 있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 ‘달이네’는 이전부터 생활문화공간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며 꾸려나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존의 문화 예술은 물론, 삶의 차원에서 우리가 접하고 지향해야 할 사안과 과제들을 다양한 형태로 습득하고 공유하며 그 자체가 필자가 생각하는 개념의 ‘생활문화’ 형태를 띠고 있음은 물론 연결망의 시 · 공간적 확산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운영하는 ‘요일가게-多 괜찮아’는 가게 안에 주인이 다른 작은 가게들이 입점해 있고,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데, 그들에 의해 진행되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은 개별적이 아닌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이전에 볼 수 없는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의미와 가치들을 계속해서 생성해내고 있다.



또한 인천 인근의 부천시 원미동 주택가에 자리한 ‘여러가지연구소’는 생활과 밀착한 먹을 거리, 마실 거리 등을 주된 주제로 직접 만들어보기와 맛보기 프로그램을 다양한 형태로 마련하면서 새로운 각도에서 그것의 문화적 · 생태적 · 공동체적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해나가고 있다.
한편 필자가 올해 초 흥미 있게 눈 여겨 보게 된 사례로서, 서울의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해있던 한 작가의 남다른 기획에 의해 참여하고 모임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금천 미세스’ 그룹구성원들은 일반 시민 내지는 ‘미세스’라는 결혼 여성으로서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다 주체적인 자기 인식의 소유자로 당당히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예술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다 보니 전문가 중심의 기존 예술계 또는 예술공간이 지닌 완고한 영역 속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흐트러뜨리면서 예술과 일상의 만남을 선취하고 있었다.



‘생활문화’의 개념과 지향점 분명히 할 필요



이렇게 보면 현재의 생활문화센터가 지닌 그 성격과 한계가 드러남은 물론,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의 다소 섣부른 시행에 따른 난맥상도 엿보인다. 핵심은 ‘생활문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기존 문화 예술 공간 운영 및 활동의 변화를 인식하거나 견인하는 차원에서 지원하고 확대시키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전용 공간을 설립 및 운영함으로써 ‘생활문화’ 공간과 ‘전문 예술(가)’ 공간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이를 제도적으로 분리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작 필요한 ‘생활문화’는 실제 삶의 장소 또는 현장이라는 공간적인 분리와 더불어 개별 단위의 활용으로 인해 그야말로 생활 속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이를 통한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역으로 ‘생활문화’를 내세워 시민을 특정한 영역 안에 가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괜한 우려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예술(가) 또한 자기 한계를 극복하며 나아갈 길을 못 찾는 경우가 여전히 더 많은 것 같다.
결국 이를 추스르고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을 넘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생활문화’가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한 번 자문해보며 그 개념과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기존 공간은 그것대로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각자가 지닌 생활 국면에서 다각적인 방법으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해야 하지 않나 싶다.



민운기 예술의 사회적 · 지역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지난 2002년 개관한 대안문화공간 스페이스 빔을 꾸려가며 각종 전시 및 비평지 발간, 공공예술프로젝트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실천을 모색해 왔다. 현재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을 거점으로 ‘열린 도시공동체 인천’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민문화예술단체 및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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