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예술인열전 2] VJ영신, 일상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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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열전 2] 9월이면 ‘호숫가예술제’ 할 때가 되었는데…

VJ영신, 일상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글 박지원 예술창작팀 사진 nodak



평범한 공간에서 마주친 ‘우연한 만남’ VJ영신은 인터뷰 장소로 광교호수공원을 정했다.
그것도 사람이 많은 원천호수쪽이 아닌 조용한 신대호수쪽이었다.
한적한 나무데크를 걷다보니 잔잔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집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고, 그곳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가 인터뷰 장소를 광교호수공원으로 정한 이유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에서 ‘호숫가예술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2015년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인 유망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VJ영신은 광교호수공원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특정장소 퍼포먼스를 ‘호숫가 예술제 쇼케이스’라는 형태로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제1회 호숫가예술제’를 진행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퍼포먼스의 장소는 광교호수공원의 신대호수로 정했다. 광교호수공원에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두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중 원천호수는 화려한 조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편이지만 신대호수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다. 당연히 사람이 많은 곳을 퍼포먼스 장소로 정할 법 하지만, VJ영신과 호숫가예술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 신대호수를 선호했다.
신대호수로 정한 이유를 작가가 표현한 단어는 ‘Poetic(시적)’이었다. 시적인 장소, 장소를 시적이라고 하는 표현은 처음엔 생소했지만 금세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평온한 호수와 바람, 그리고 유유자적 노니는 오리가 주는 이 공간의 느낌은 ‘시적’이라는 단어에 확실히 어울렸다.
작가에게 이 공간은 일상의 공간이다. 광교호수공원과 접해있는 용인 흥덕지구에 거주하는 작가는 광교호수공원이 조성된 이후 이곳을 종종 산책하곤 했다. 즉 작가의 생활공간의 범주에 들어오는 곳이다. 작가에게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도 광교호수공원은 생활 속의 평범한 공간이다.
누구에게는 원천유원지의 추억이 있는 공간이고, 누구에게는 집 앞의 운동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취하러 종종 방문하는 공간이다. 새롭고 반짝거리며 특별한 공간이 아닌 평범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VJ영신도 지극히 평범한 공간이었던 이곳을 거닐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들었다. 이렇게 멋진 호수에서 예술가들이 곳곳에서 퍼포먼스를 하면 멋있을 거 같아! 그녀가 호숫가 예술제를 시작하게 된 이유, 바로 ‘멋있을 거 같아서!’ 이다. VJ영신은 이 기획에 대해 멘토링을 받을 때 이 작업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그 이유를 확실히 찾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멋있을 것 같아서’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도 단지 ‘멋있을 거 같아서’ 무언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는가.
작가는 이런 평범한 공간에서 관객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한다. 호숫가예술제의 철칙이 있다면 따로 무대를 세우거나 푯말을 세우며 관객을 동원하거나 모집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호숫가의 어느 공간에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하면 그 공간은 극장이 되고, 호숫가를 거닐던 사람들은 이를 발견하면서 관조자가 된다. 예술가의 극장 안에 이 관조자들이 흡수되면서 이들이 관객으로 전환되는 찰나를 경험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의도하는 ‘우연한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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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
제1회 호숫가예술제 멤버들 (왼쪽부터) 김시연, 이명희, 최성호, 김이령, 웁쓰양, 유해랑, vj영
트라팔가에서 요가를 활용한 댄싱걸 프로젝트 콜라보레이션(Dancing girl project- Accidental Collaboration with a Yoga performer in Trafalgar, 2012 London)
공연모습(The PerformanceⅠ)



VJ영신, 퍼포먼스 아티스트



그런데 이쯤에서, 왜 작가는 VJ영신일까. 그녀는 사실 원래 퍼포먼스 아티스트(좁은 범주의)가 아니었다. 공연에 필요한 공연영상을 만드는 VJ(비주얼 자키)가 그녀의 직업이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여성 VJ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수많은 영상작업을 해오며 커리어를 쌓고 회사도 운영했던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VJ로서 자신이 싫어하는(하지만 돈이 되는) 작업만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VJ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품고, 모든 것을 던지고 2011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무엇을 할지 딱히 정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아님 뭐 배낭여행이라도 하자는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윔블던 예술대학의 ‘Visual language of erformance’ 코스를 발견했다. 시각적 언어로서의 퍼포먼스라니, 왠지 멋있다! 영상작업이 바로 시각적 언어이니까 VJ와도 연관이 있을 거라생각했는데, 사실 그 학교는 퍼포먼스를 가르치는 학교였다.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도 사실은 퍼포먼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수강하게 된 ‘특정장소 퍼포먼스 워크샵’은 그녀의 작업세계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자신이 가진 ‘영상’이라는 도구를 특정장소 퍼포먼스에 이용해보기로 한다. 프로젝터를 들고 다니며 런던의 곳곳에서 춤추는 소녀의 영상을 틀어주는 ‘게릴라 댄싱걸 프로젝트(Guerilla Dancing Girl Project)’를 진행했다.
영상을 틀면 사람들이 모이고, 작가는 뒤로 숨는다. 그것을 보는 관객들을 지켜보는 작가는 또다른 관객이 된다. 한번은 거리공연을 하는 예술가에게 영상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을 제안했다. 영상의 춤추는 소녀와 실재하는 공연자의 콜라보, 그리고 그 영상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어린 소녀관객이 이 사진에 다 담겨있다. (오른쪽 상단 사진참조)
2012년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특정장소 퍼포먼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교예술무대 빈방프로젝트에서 공간지원 사업을 받아 기획한 ‘더퍼포먼스(The performance)’를 기획한다. 연극 · 사운드 · 퍼포먼스 영상 등 주변의 아는 작가들을 모아 퍼포먼스 그룹전을 하는 형태였다. 이 공연은 순서도 없고 사회도 없다. 다만 시작시간을 작가들에게 공지하면 작가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석을 마련하지도 않으니 관객들도 알아서 자리를 잡는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는 것, 이것이 ‘더퍼포먼스’ 기획의 핵심이다. 모든 것이 정해져있는 기존의 퍼포먼스와는 달리 관객이나 작가들 모두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광교호수공원을 거닐며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호숫가 예술제가 덜컥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그 꿈을 지금 광교호수공원에 펼쳐내는 중이다.



2016년 호숫가 예술제는?



작년에는 VJ영신을 포함한 7명의 작가들이 호숫가예술제를 꾸몄고, 올해는 수원의 새로운 작가 한 명과 퍼포먼스 배우 한 명을 더 영입하여 총 8인의 작가가 광교호수공원 곳곳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올해의 컨셉도 역시 특정장소 퍼포먼스이다. 따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호수공원 곳곳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정장소에 대한 역사성과 스토리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할 것이다. 작년에 함께 진행을 했던 작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를 반영하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특정장소 퍼포먼스에 대한 워크샵과 멘토링도 진행한다.
다만 올해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있다면 작년에 부족했던 운영과 작가지원이다.
작년에 유해랑 작가의 인형극의 경우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작가 옆으로 몰려든 나머지 다른 어린이들이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구조물을 세우거나 무대를 만들지 않고 그대로 그 공간을 극장으로 쓴다는 철칙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는 마스킹 테이프로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등 운영의 묘를 구상하는 중이다.
그리고 올해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장치 중 하나로 안내하는 방식을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할 생각이다. 사람들에게 안내하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행위 자체를 퍼포먼스화 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퍼포먼스 배우가 그 역할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숫가예술제의 운영조차도 하나의 퍼포먼스 예술로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
작가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작년에는 ‘아티스트 셀프 페스티벌’의 개념으로,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자신이 온전히 진행하였다. 사실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초도 돈은 없는데 예술활동을 하고 싶은 작가들이 모여 서로 도우면서 작업을 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넓은 호수공원에서 작가들이 온전히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작가 지원을 하는 스텝을 좀 더 보강할생각이다.
내가 사는 집, 나의 방, 내가 산책하는 공원은 물리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예술가가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순간, 일상적 공간은 공연장으로 전환되며 관객들은 특별한 찰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제1회 호숫가예술제는 선물처럼, 개개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바꿔주는 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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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작년 호숫가예술제에 참가한 유해랑 작가의 퍼포먼스
작년 호숫가예술제에 참가한 웁쓰양 작가의 설치작품



VJ영신의 꿈은?



VJ영신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예술가이다. 그래서 자꾸 기획자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런데 예술가의 역할을 하면서 기획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은 예술가로서 작업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호숫가예술제는 계속 하고 싶다. 앞으로 매년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호숫가예술제를 기획하면서 정한 롤모델은 페스티벌 봄이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은 무용 · 연극 · 미술 · 음악 · 영화 ·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국제다원예술축제이다. 그렇게 5년, 10년 진행하다보면 호숫가예술제도 페스티벌 봄처럼 수원의 유명한 퍼포먼스 축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9월이 되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호숫가예술제를 할 때가 되었는데 올해는 언제하지? 가평에는 재즈페스티벌이 있고 화천에는 산천어 축제가 있는 것처럼, 광교호수공원에는 항상 9월쯤에 호숫가 예술제를 한다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최소한 5년, 10년은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계속 할 수 있을까?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돈은 안 되는 일인데 계속 하고는 싶은데,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행복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광교호수공원에서 매년 호숫가예술제를 하는것, 그것이 VJ영신의 꿈이다.



VJ영신 프로필

2016 <요즘 어때? 위러뷰쏘>, 양희은-김반장 뮤직비디오 감독 및 제작 <4월>, 양희은-강승원퍼포먼스 비디오 감독 및 VJ , 영상감독, 두산아트센터
2015 <2015 호숫가 예술제 쇼케이스>, 기획 및 작가 참여, 광교 호수공원 신대호수 , Lyrics Video 감독 및 제작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대만투어>, 영상감독 및 VJ , From The Airport 뮤직비디오 감독 및 VJ
2014 <2014 From The Airport 미국투어>, VJ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과 강사 , 퍼포먼스 그룹전, 서교예술문화센터
2013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신중현 공연>, VJ, 퍼포먼스 그룹전, 이태원 웨이즈오브씨잉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과 강사
2010 <신중현 콘서트>, 신중현 전국 투어
2009 <호두까기인형>, 영상 감독 및 VJ, 서울발레시어터
2008 <성남아트센터 개관 3주년 기념 영상 퍼포먼스>, 영상감독 및 VJ, 성남아트센터
1998년 이후 활발하고 다양한 무대 공연 영상 VJ Performance로 다양한 무대 참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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