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공방탐방]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으로 남겨진 찰나의 시간 행궁동사진관; 소소한 풍경, 오롯이 담다





[공방탐방]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으로 남겨진 찰나의 시간 행궁동사진관; 소소한 풍경, 오롯이 담다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 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이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과 서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면서 시작된 이야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불치병에 걸린 정원은 다림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와 함께 한 장의 흑백사진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관 주인인 그가 장난처럼 찍었던 그녀의 얼굴. 수줍은 그 미소에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글 강일서 사진 김오늘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념하기 위해, 아니면 기분 좋은 날 또는 예쁜 음식과 장소 등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 더군다나 지금은 셀프어필 시대로 인터넷과 SNS에 다양한 사진들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 세상이 오면서 이 시대가 낳은 피해자 중 하나가 동네 사진관이다. 굳이 복잡한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진 앨범을 장롱이 아닌 인터넷에서 뒤적거리기 시작하면서 동네 사진관을 찾는 발길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렇다보니 웨딩 사진 촬영이나 베이비 사진 촬영처럼 뚜렷한 목적을 갖고 상업성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만 겨우 살아남는 현실이다. 오직 사진관에서만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증명사진조차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배송이 그 역할을 대체한다. 5,000만의 국민이 다양한 찍사로 활동하면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사진관은 더 이상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 ‘행궁동사진관’은 오늘날 동네 사진관의 딜레마를 돌파하고 있다.



행궁동사진관의 박태식 작가는 디지털이 가지지 못한 아날로그 감성을 특화해 손님들에게 흑백사진으로 향수를 자극했다. 흑백사진은 천연색이 가미된 사진과 비교해 정적이고 차분하다. 멈춘 시간이 흑백을 만나면 기품과 멋이 한껏 도드라진다. 그러나 역동적이고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흑백사진은 여전히 옛것이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박태식 작가는 흑백사진이기에 더 특별하게 느끼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리마인드 웨딩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행복한 시간을 만든다고 한다. 21세기 디지털이 만들어낸 다양한 컬러 세상에서 흑백사진으로 자기만의 소소한 멋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진을 찍지만 생각보다 가족사진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찍을 때 정성을 들인다고. “제가 아이에게 특별한 사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옛날 돌사진 콘셉트로 한복을 입고 흑백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인화해서 스튜디오에 걸어놨는데, 생각보다 손님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콘셉트 상품으로 내놓게 되었죠.” 가족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하지만 한결같은 아내의 응원 덕분에 더 좋아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하는 박태식 작가다. 박 작가는 흑백사진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포토샵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이 흔하지만 그는 이왕이면 필름카메라로 찍는 것을 더 선호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은 솔직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예쁜 사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연세가 쉰이 훌쩍 넘었는데도 주름살 없는 어색한 사진이 되곤 해요. 그래서 저는 필름카메라로 지금 모습 그대로 얼굴 표정을 담는 것을 좋아해요. 뭐랄까, 그게 훨씬 자연스럽고 그 시간 그대로를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단 한 장밖에 없는 또 다른 느낌의 즉석사진을 추천하기도 해요.”



그는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가장 큰 차이는 색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흑백사진에는 단순하게 흑과 백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들이 있다고 한다. 과거 흑백 필름 사진가인 안셀 아담스는 흑과 백 사이의 단계를 예를 들면 아주 짙은 검정색, 짙은 검정색, 디테일이 있는 검정색, 회색 등 0부터 10까지 11단계로 나눴다. 흑백사진을 자세히 보면 흰색부터 검정색까지 여러 단계의 무채색들이 한 결과물 안에서 풍부한 계조를 만들어 낸다.



그는 남들과 다른 사진을 갖고 싶은 욕구가 흑백사진을 찾게 한다고 말한다. 20대 연인이나 30대 예비부부가 기념사진을 찍으러, 자녀의 돌이나 백일에 특별한 순간을 남기려 사진관 문을 두드린다. 흑백사진은 어쩌다 무방비 상태의 얼굴이 찍혀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고, 그 속에 담긴 세상은 고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천연색이 빠진 그 정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의 웃음은 소리 없이 흐르고 일상은 더 이상 바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다양한 색깔로 내 편 네 편 구분 짓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흑백사진은 더욱 편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이 그대로 간직해줄 것이라고


행궁동사진관

주소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359

운영 오전 10:00~ 오후 6:00, 화요일 휴무

문의 070-8802-1981

사이트 www.hgsajin.com

인스타그램 @hgs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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