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소소한만남] 아날로그 감성 가득 다시 바람이 분다






[소소한만남]



아날로그 감성 가득 다시 바람이 분다



'터치'만 하면 모든 게 가능해진 이 세상이 편리하지만,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그립고 가끔은 손 때 묻은 종이책을 꺼낸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아날로그'를 찾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자기만의 감성을 고집하며 내 것을 만들어온 사람들,

그들을 만나니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글 강일서 사진 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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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시현 추억박물관장 조성만





낡 은 종 이 책 을 모 으 는 사 람 고서적부터 태권브이 만화책까지



인터넷과 태블릿·전자책에 익숙해진 우리지만 아직도 종이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 디지털은 터치만 하면 바로 읽을거리가 제공되어 좋지만, 아날로그는 한 장씩 느릿느릿' 책장을 넘기는 그 느낌이 좋다. 그렇게 책이 좋아 고서적을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는 조성만 관장. 그는 알려진 ‘고문서 수집광’이다. 한국학연구소가 인정한 소론의 영수인 윤증(1629∼1714)에 관련된 고문헌을 가장 많이 수집한 소장가이기도 하다.

“처음 15년간은 나를 위해 고문서를 모았어요. 그리고 15년간은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만화책과 다양한 소품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10만점 정도 되었네요.” 조성만 관장이 지난 30여 년 동안 차곡차곡 수집해 온 옛 자료들을 꺼냈다. 때 묻은 자료들 중에서도 추억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료는 만화자료다. 1957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만화잡지 ‘소년만화’ 창간호부터 ‘로보트 태권브이’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양한 한국만화를 수집했다. 특히 1982년 작품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은 만화가가 직접 펜으로 그려 세상에 딱 1권밖에 없는 원화다. 이렇게 희귀한 만화 원화를 200여권이나 소장했고, 그 희귀성을 인정받아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만화 100년전’에 전시하기도 했다. 행여 망가질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든 하드커버를 씌우며 애지중지 해온 탓에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지만 조 관장의 바람은 소박하다. 그는 처음에는 아빠로서 자녀들에게 뭔가 남겨주기 위해 교육 자료와 만화책, 만화영상자료 등을 수집했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과도 추억을 나누고 싶어 2014년에 박물관을 열었다. 모은 자료를 통해 청소년들이 과거를 읽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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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손님과어머니 대표 박병주





L P 판 으 로 음 악 을 듣 는 사 람 비틀즈와 김광석의 감성을 나누다



1980년대 콤팩트디스크CD, 1990년대 MP3의 등장 이후 멸종 위기에 내몰렸던 LP 음반이 되살아나고 있다. 13년 전에 사라졌던 LP 공장이 최근 다시 문을 열고 곳곳에 다시 LP바들이 생겨나고 있다. 옛 음악에 대한 향수와 아날로그 LP판에 대한 그리움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직 수원에 LP바는 찾기 어렵지만 맛있는 식사와 함께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행궁동 공방거리에 자리 잡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라는 식당이다. 이곳은 예전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촬영지를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레코드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대표 박병주 씨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처음에 LP판은 형이 모으던 취미였는데, 자기도 모르게 음악이 좋아 듣다 보니 하나둘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릴 적 밴드 좀 하셨을 것 같은 분위기의 박 대표는 식당에 오는 손님들에게 틈틈이 음악을 틀어준다. 때때로 신청곡까지 받으며 DJ를 보시기도 한다고.

“처음에는 모르고 오셨다가 술 한 잔 드시고 좋은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단골이 된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와서 비틀즈 같은 외국 음악을 신청하기도 해요.” 치직지직 하는 소리에 이어 곧 음악이 흘러나온다. 최근에 한정판으로 나온 브라운아이즈의 LP판이다. 오래된 LP 중에는 이미자, 조용필부터 김광석, 안지환 등의 명곡을 들을 수 있다. 중장년층은 추억 때문에 LP판을 듣는다면 젊은 사람들도 음향 때문에 LP판을 새롭게 찾는다고 하다. LP의 보관상태가 좋아 비교적 선명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LP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두부 김치에 술 한 잔 기울이며 저절로 가을 감성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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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렌디드 카페 대표 박상근





빈 티 지 컵 으 로 마 시 는 사 람 저마다의 캐릭터에 음료를 담다



탑동에 올해 4월에 막 문을 연 빈티지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가게 문을 들어서면 한 쪽 벽면에 놓인 오래된 접시와 컵들이 인테리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왠지 여자 장님이 계실 것 같은 분위기의 카페에 젊은 남자 분이 반갑게 맞는다.알고 보니 박상근 대표는 대학 때까지 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어머니와 동생까지 접시와 컵을 모으다 보니 자신도 비슷한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그래서 카페를 오픈하면서 집에 모으던 컵들 중 일부를 꺼내 와서 인테리어로 꾸미 게 되었다고 한다. 테이크아웃 컵까지 직접 디자인할 정도니 컵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저는 이렇게 엔틱한 컵들도 좋아하지만 좀 더 레트로한 분위기의 컵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다양한 캐릭터 컵을 바꿔드리며 내놓고 있어요.” 스플렌디드에 같은 모양의 컵은 거의 없다. 자주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일부러 컵을 바꿔가며 드린다고 한다. 또 자주 사용한 컵은 집에 가져갔다가 바꿔가며 내놓으니 커피도 맛있지만 컵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특히 그는 때때로 컵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빈티지 촛대만큼은 절대 팔 수 없는 아끼는 제품이라고 한다. 오늘도 오전에 컵을 더 사왔다는 박상근씨. 인터넷에서 발품도 팔고, 이태원 등을 돌아 다니며 맘에 드는 컵을 수집한다.

“이런 캐릭터 컵을 보고 있으며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그런지 남성분들도 음료를 담은 컵을 보시면 순간 웃으시더라고요.” 사실 그는 본인이 좋아하던 것을 접목시켰을 뿐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요즘은 눈치 보지 않고 더 많은 컵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많은 컵을 모으지는 못했어요. 계속 수집하다 보면 더 많아지겠죠?” 라며 웃는 그의 모습이 컵을 장식한 천진난만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참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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