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골목산책] 달인을 만났을 때, 차가웠던 국물은 비로소 뜨거움이 되었다






[골목산책]



달인을 만났을 때, 차가웠던 국물은 비로소 뜨거움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이맘때면 먹어도 배가 고프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끼기도 하며, 외로움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이렇게 허전함이 들 때 누군가의 위로도 좋고, 어쩌다 일탈도 좋지만 무엇보다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탈이 나지 않는다. 40년 이상 수원을 지켜온 달인들의 내공만큼이나 그 맛으로 무장한 전통의 국물 3총사로 허기를 달래보자.



글 강일서 사진 김오늘



따뜻한 국물 01 - 손칼국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건강하고 고소한 손맛.. 대 왕 칼 국 수





수원화성박물관 뒤편 수원천을 따라 옛 가게들이 40년 전의 골목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종로 청과물시장 초입부터 이 골목자체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보여주지만 그중에서도 색 바랜 붉은색 간판의 대왕칼국수가 단연 눈에 띈다. 좁은 주차 공간이지만 손님들을 배려한 대왕칼국수 전용 주차장이라 적힌 입간판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가게에 들어서면 철자법 틀린 원산지 표기 부착물도 왠지 정감이 간다.

대왕칼국수의 시작은 이곳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중앙시장었다. 이곳에 와 터를 잡은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때 칼국수의 가격은 30원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중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통이 4,000원 곱빼기가 6,000원이다. 그러나 손님들이 곱빼기를 주문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오히려 둘이 와서 보통 하나를 주문하거나 좀 적게 해달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눈앞의 칼국수는 국물이 넘치기 일보 직전이고 면발의 굵기와 양이 어마어마했다. 세월을 비껴간 것은 골목뿐 아니라 사장님의 인심도 고스란히 비껴갔나 보다. 대왕칼국수는 일반적인 칼국수에 비하면 당황할 비주얼이기도 하지만 두껍고 투박한 면발과 할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육수의 건강한 맛에 수십 년째 단골이 많다. 주방 한편에 직접 칼국수를 밀고 써는 모습도 그대로 볼 수 있어 더 믿음이 간다. 그리고 더운 여름에는 국산콩을 사다가 직접 삶은 시원한 콩국수도 메뉴로 내놓는다. 콩국수는 여름철 한정이지만 효자 메뉴라고 한다. 대왕칼국수에 가면 따끈한 국물로 배 속도 채우고 할머니의 넉넉한 배려로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지는 것 같다



따뜻한 국물 02 - 물 짜 장



투명하고 담백한 소스에 고명이 어우러진 물짜장 ..만 빈 원





만빈원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냐는 물음에 유주영 사장은 “우리 시누이가 이 집에서 태어났고 지금 나이가 예순둘이니 60년은 훨씬 넘었겠죠? 라고 대답한다. 정확한 개업 연도는 모르지만 육십년 전이면 경기도 청이 수원으로 이전하기 훨씬 전이다. 유 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만빈원이 그때 수원에서 가장 번듯한 고급 요릿집이었다고 한다. 무슨 갈비집이니 불고기집이니 하는 음식점들이 생기기 전이니 수원 유지들의 회식 장소나 특별한 날 외식 장소로 유일하다시피 한 곳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수원에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이 몇 군데 있지만 주방을 누가 운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고 한다. 주방장들을 수시로 갈아가면서 운영하는 중국음식집에서는 변하지 않고 제 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만빈원의 주방에서는 유주영 사장의 아들인 주정현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한다. 만빈원 메뉴 대부분이 오랜 내공으로 갖춰진 메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물짜장이 유명하다. 수원에서 물짜장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던 춘장이 아닌 뽀얀 빛깔의 소스에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목이버섯, 양파 등을 넣어 내놓는다. 신선한 재료들의 씹히는 맛과 약간 끈적이는 소스가 입안에서 담백하게 어우러진다. 짜장처럼 진한 맛은 아니지만 독특한 그 풍미와 질감이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보다 강한 맛을 원하는 손님들은 매운 맛의 물짜장을 찾는다고 한다. 만빈원은 시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화상(華商) 가업으로 며느리인 유주영 사장이 운영하고 있으며, 아들이 주방을 맡고 때때로 손녀가 와서 서빙을 돕는다고 한다. 만빈원은 4대째 전통을 이으며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맛을 고수하고 있다.



따뜻한 국물 03 - 순 댓 국 밥



한가득 쫀득한 고기와 깔끔한 국물의 마무리..일 미 식 당





수원역 주변은 번화한 상가들도 많지만 매산 시장이나 일부 골목은 여전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순대국 세 집이 연이은 수원역 뒷골목은 지금도 변함없이 손님들로 북적된다. 일미식당은 이 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자리도 몇 개 되지 않지만 손님들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기다림을 감수한다. 정경미 사장은 “저희 식당이 가장 좁은데 저는 많은 손님보다 한분한분 신경 쓰며 제 활동 반경 안에서 대접하고 싶어요. 점심시간에는 2층도 꽉 차는데 천장이 낮아 손님 분들이 허리를 굽히며 저절로 겸손해진다고 오히려 저에게농담을 건네세요.” 일미식당 대부분의 단골들은 첫 번째는 맛 때문에, 두 번째는 사장님과의 인연으로 한결같이 찾아와 주신단다. “저는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식 맛은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이에요. 손님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보니 이제는 지인이 되었죠. 온가족이, 이사를 가서도 이곳을 찾아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가게 손님들은 정 사장이 때때로 경조사까지 챙기며 마음을 쓴다고 칭찬한다. 그녀는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재료에 있어서도 잣대가 까다롭다. 정 사장은 국내산을 고집한다. 구제역이 돌아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도 지방까지 돌며 재료를 공수해온다. 비싼 재료를 사용함에도 일미식당은 순대보다는 머리 고기와 오소리감투, 막창 등을 섞어 가득 내주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고 개운한 국물과 야들야들한 고기의 육질이 어우러져 어느새 국물까지 싹 비우게 만든다. 김치 역시 직접 담그며 간간이 잘 익은 포기김치를 꺼내와 대접하기도 하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것이다.







대왕칼국수





위치 :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7번길 11

시간 : 오전 10:00 ~ 오후 8:00(일요일 휴무)

문의 : 031-252-2820



추천메뉴

칼국수 4,000원

칼국수 곱빼기 6,000원

콩국수 보통 5,000원

콩국수 곱빼기 7,000원



대표 김혜정

이 골목도 나중에 재개발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아니, 내가 죽을 때까지는 아마 계속 할 것 같아요. 손주뻘 되는 청년들, 아들, 딸 같은 손님부터 어르신들까지 계속 와주니 너무 고맙죠. 제 음식들은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모습에 힘이 납니다.





만빈원





위치 :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71

시간 : 오전 11:00 ~ 오후 9:30(일요일 무휴)

문의 : 031-242-2836



추천메뉴

짜장면 5,000원

물짜장 6,500원

짬뽕 6,000원

탕수육 中 18,000원



대표 유주영

물짜장은 수원에 저희 밖에 없어요. 물짜장을 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그리고 볶음밥에도 짬뽕국물이 아닌 지금도 계란탕을 드리고 있어요. 최대한 옛 맛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법인 것 같아요.





일미식당





위치 :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2

시간 : 오전 10:00 ~ 오후 10:00(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문의 : 031-251-9640



추천메뉴

순대국밥 6,000원

돼지머리국밥 7,000원

술국 小 10,000원

머릿고기·내장모듬 小 15,000원



대표 권경자

시집 와서 그때부터 순대국 장사를 하게 됐는데 지금도 관련된 공부를 해요. 맛 집도 다니고 경쟁 식당도 가 보고 관련된 다른 것들도 둘러보고요. 내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어떻게 고객을 대해야 하는지 고민하다보니 어느 순간 손님들이 알아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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