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 나무의 마음, 푸름을 채워가는 선생님들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선생님과 헤어지고 벌써… 아, 손가락으로는 셈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지나왔네요.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작은 책상 앞에서 리코더를 가르쳐주시곤 했죠. 투, 투, 투, 이렇게 짧게 호흡하면 깔끔한 소리가 난다는 걸 알려주셨잖아요. 덕분에 저는 전교에서 가장 리코더를 잘 부는 학생으로 자라날 수 있었어요. 선생님, 저는 올가을, 수원에 계신 여러 명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느껴요. 선생님,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 남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글 이주연  일러스트 류우현



 



새로움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 고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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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교육이 보편화되고 깊이 있는 역사 교육이 이루어져

친구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어요.”



함께해온 수많은 학생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어떻다고 규정하기엔 지금껏 너무 다양한 아이들과 만나왔어요. 한없이 해맑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두운 아이가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아이도 있어요. 일곱 빛깔 무지개라고들 하는데, 저는 서른 가지가 넘는 스펙트럼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이에요. 올해 함께하고 있는 6학년 친구들은 어때요?  수업을 지루해하는 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지만, 학교를 좋아하는 친구들이에요. 사람을 좋아하고 정도 많아서 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어나가죠.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었나요? 프로페셔널하게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멋진 교사와 그런 교사를 존경하는 아이들, 교사와 학교를 믿어주는 학부모들과 교사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생활! 그게 제 로망이었어요. 실제 선생님이 되고 보니 어때요?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나의 수업과 그런 수업을 지루해하는 아이들, 교사와 학교보다는 언론과 주변 소문을 신뢰하는 학부모, 힘들어하는 교사를 모른 척하는 관리자…. 아름답지만은 않더라고요. 하지만 수업을 재밌다고 해주는 아이들과 제 교육 방식을 믿는 학부모, 제가 어려울 때 문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주는 선생님도 분명히 있어요. 이상보다 좀더 다이내믹하고 굴곡 있는 현실 속에서 계속해서 보람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아요. 선배로서 응원을 전해주세요. 막상 선생님이 되고 나면 생각과는 다른 점이 많을 거예요. 부디 단단해지기를 바라요. 쑥쑥 자라나는 친구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특히 여학생들은 더 많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좋겠어요. 훌륭한 사람보다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무엇이든 더 열심히 배우고 싶은

고등학교 과학선생님 문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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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처음 마주하던 날의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해요.

요즘 애들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선생님이 되고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는 3년 차 초보 과학 교사예요. 아직 어설프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주변 선생님들의가르침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나아가는 중이죠. 이 짧은 시간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수업은 물론 행정 업무, 시험 문제 출제와 수행평가 업무…. 수련회도 가고, 행사도 진행하고, 졸업앨범 촬영도 했죠. 한 해, 한 해가 빠르고 바쁘게 굴러갔어요. 웃고, 울고, 화가 나기도 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간이었죠. 함께해온 학생들 이야기가 궁금해요. 열 명의 학생이 있으면 열 가지의 개성이 있고, 천 명의 학생이 있으면 천 가지의 개성이 있어요. 어떤 학생은 조용하고, 어떤 학생은 적극적이죠. 어떤 학생은 공부를 좋아하지만, 어떤 학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같은 일에 대해서도 모두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지만, 각자에게 좋은 점이 있다는 건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선생님으로 지낸 3년간의 소감이 궁금해요. 학창 시절 만났던 선생님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분들이 그때 왜 그렇게 하셨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노력을 하셨는지…. 선생님들의 인간적인 감정과 행동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나요? 중학교 때부터 과학 공부를 제일 열심히 했어요. 재밌었거든요. 그 어떤 과목보다 과학을 잘했을 때 오는 성취감이 가장 컸어요. 다른 과목에서 백 점을 맞아도 과학 과목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그게 너무 아쉬워서 마음에 남더라고요. 과학 선생님을 동경했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기도 했어요(웃음). 어떨 때 선생님으로 보람을 느끼나요? 제 수업으로 학생들이 변화할 때요. 어느 학생에게 받은 편지에 ‘선생님 덕분에 과학이 재미있어졌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들은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되는 말이었어요. 저로 인해 누군가 과학이, 수업 시간이 즐거워졌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어요. 저 역시 절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 덕분에 과학이 더 즐거워졌는데,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큰 희망을 품게 되었어요. 문미솔 선생님을 통해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선생님이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선생님께 사범대에 합격했다고 말씀드리니 “수고했다. 교단에서 만나자”라고 이야기해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별생각 없이 말씀하신 걸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제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의지가 되었어요. 저도 말해주고 싶어요. 수고했어요. 교단에서 만나요.



 



엄하지만 친구처럼 편안한

고등학교 1학년 체육선생님 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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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통해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친구들이나

체육에 관심을 갖게 되고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이

생길 때마다 큰 보람을 느껴요.”



처음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을 기억하고 있나요? 유치원 시절엔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시절엔 초등학교 선생님, 중학교 시절엔 중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중등 교사가 되려면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이 무엇인가를 신중히 생각한 후 체육을 선택했어요. 그 뒤로 한 번도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죠. 선생님이 된 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체육 교사를 꿈꾸며 목표로 삼은 건 여학생 체육의 활성화였어요. 남학생들은 체육 시간은 물론이고 점심시간, 방과 후에 친구들과 축구, 농구 등을 즐겨요. 하지만 여학생들은 스포츠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체육 시간 외에는 스포츠를 잘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하곤 해요. 저는 특히 여학생들에게 스포츠를 쉽게 가르치고자 노력했어요. 학교 자체 스포츠클럽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나름의 노력으로 여학생의 참가 비율이 높아졌고 계속해서 스포츠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중이에요. 체육대회나 체력장 등 행사 때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아요. 체육 수업이나 체육대회는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체육대회 날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특히 난감하죠. 몇 년 전 체육대회 날, 오후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예보되어 오전에 행사를 끝마쳐야 했던 적이 있어요.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여 일정을 조정했고,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이럴 때마다 아찔해요. 예체능이라는 점에서 주요 과목과는 다른 점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예체능 과목이라고 하면 일단 학생들에게 환영을 받아요. 교과서 위주의 교실 수업이 아니라는 점에서요. 특히 체육은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며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교실 밖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요. 체육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팀 경기를 통해 팀워크를 기르고, 함께 뛰며 즐거움을 느끼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웃는 학생의 비율이 다른 과목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는 생각도 들어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단순히 돈과 명예만을 직업의 잣대로 놓거나 성적에 맞춰 아무 데나 진학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적성과 관심사를 고려하여 일찌감치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하길 바라요. 저는 삶의 1순위는 행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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