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수원이 수원을 간직하는 법, 수원문화재단의 2019년 상설 프로그램


고요해진 행궁을 보다 문득 봄을 떠올렸다. 잔디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는 두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오래된 왕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이름이라도 들은 듯 반가운 눈치로. 이곳 사람들은 도시 구석구석에 쌓인 시간과 이야기를 부지런히 전한다. 올 한 해, 사계절 한결같이 수원을 보여주고 들려준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글 하나  사진 수원문화재단



 



수원전통문화관 특별체험전

사랑방, 선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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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선비들은 주로 안채와 떨어진 아담한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사랑舍廊에서 글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고, 손님이 오면 그곳에서 맞이했다. 당시의 사랑방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수원전통문화관에 마련되었다. 책상 뒤에 병풍을 두고 문갑, 서안, 연상, 지통 등 문방가구를 갖추는 등 섬세하게 재현된 방은 선비의 단정한 생활공간을 잘 보여준다. 이 사랑방을 찾은 손님들은 선비의 지침서인 《일용지결日用指訣》을 토대로 하루 일과표를 만들거나, 그들이 즐겨 그리던 사군자(매화, 국화, 난초, 대나무)를 따라 그려보는 체험 활동을 즐겼다.



 



한옥기술전시관



수원화성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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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로 건축 구조를 가르쳐준 교실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주택인 한옥의 구조와 건축 기법에 관해 배우고, 입체 퍼즐을 이용해 수원화성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한옥기술전시관에는 한옥의 재료와 구조, 특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중에서도 입체 퍼즐은 빈티지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사이즈로 어린이와 관광객에게 한 해 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수원화성 미니어처에는 기와집, 팔달문, 서북공심돈, 화홍문, 봉돈이 있고, 다섯 개를 모두 완성하면 이를 한데 붙이는 지도판을 줬다.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



향교골에서 만난 정조대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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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지역마다 수재를 모아 가르치는 향교鄕校가 있었다. 향교가 남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시대를 넘어 다시 문을 연 수원 향교는 유생의 재능에 맞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생각하며 아름다움을 미디어로 기록하는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과정 ‘재미있는 수원향교 遊’, 선조들의 피서법인 탁족과 오수로 더위를 이기고 전통 문양을 만드는 ‘힐링이 있는 수원향교 休’, 수원을 찾아온 이들에게 지역과 역사를 해설하는 ‘교육이 있는 수원향교 學’. 현대판 수원 향교는 유생들에게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재미와 여유를 함께 배우는 기회를 선물했다.



 



수원전통문화관



토요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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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중 우리가 가장 가까이 느끼는 게 있다면 뭘까. 아무래도 음식이다. 한식마저 인스턴트로 생산되는 요즘, 제철 재료를 사용해 손수 요리하는 법을 배울 기회는 귀하다. 전통식생활체험관 조리실에서는 그야말로 ‘먹으면서 배우는’ 요리 체험 교실이 열렸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도록 초보자 눈높이에 맞춰 조리법은 물론 조리기구 사용법도 가르쳐주었다. 수원전통문화관은 매월 그 달의 메뉴를 공개하며 ‘더운 여름 나들이 도시락’, ‘해독이 되는 수수팥떡과 팥칼국수’ 등 계절에 어울리는 재료와 음식의 역할을 확실하게 설명했다. 매회 다른 메뉴를 준비하는 만큼 당일 체험은 물론 4~5회를 한 번에 신청하는 월간 패키지권을 두었다.



 



주말 상설 퍼포먼스

장용영 수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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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영壯勇營은 무예 장교를 지낸 사람을 뽑아 설치한 장용위에서 비롯된 조선 정조대왕의 호위 부대다. 50명으로 시작해 2만여 명의 대규모 군사 조직이 된 장용영은 도성에 주둔하는 내영과 수원화성에 주둔하는 외영으로 나뉜다. 주말마다 수원화성 신풍루 앞에서 펼쳐진 장용영 수위의식은 엄선된 수원 시민 61명이 출연하는 퍼포먼스다. 수위의식 중에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 신풍루의 문

이 열리는 것을 보고, 조총 체험에는 어린이도 참여했다. 또 수위의식을 마친 후에는 수원화성에방문한 손님을 만나러 떠나는 순라巡邏가 이어졌다.



 



수원전통문화관 제공헌

화중지병,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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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다과상을 만든 프로그램도 있다. 백설기는 우리나라의 전통 병과로, 티 없이 흰 빛깔 덕에 ‘순수’의 상징이 되어 어린아이의 돌상에 종종 올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토종 꽃절편을 직접 빚어 백설기 위에 장식했다. 꽃은 국화, 동백, 매화, 수국, 참꽃마리 중 한 가지를 골라 천연 분말로 색을 내어 빚는다. 절편을 완성한 후에는 선택한 꽃으로 우린 차를 곁들여 함께 마셨다.



 



주말 상설 퍼포먼스

신풍루 토요상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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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마다 신풍루 앞에서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수원화성의 낙성연落成宴과 산대희山臺戲 중 전통 공연 무대를 꼽아 한바탕 흥을 낸 것이다. 낙성연은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수원화성의 축성을기념해 정조대왕이 연 잔치다. 낙남헌을 중심으로 수원의 선비와 백성, 승려도 함께 참여한 큰 행사였다. 또 산대희는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 중기에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제다. 토요일마다 진행된 공연에선 매주 차례대로 화음 콘서트, 줄타기, 전통 연희 공연, 풍물·판굿·무동놀이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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