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산책의 재구성, 지극히 주관적인 팔달 안내



팔달구는 수원의 중심이다. 동쪽으로는 영통구, 서쪽으로는 권선구, 북쪽으로는 장안구와 경계를 접한다. 자연스레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화성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원야외음악당만 봐도 그렇다. 문화적 자산 위에 자신만의 색깔로 채운 팔달구의 작은 가게들을 소개한다.

글·사진 김준용



 



1



 



마음을 녹이는 풍경

소곤소곤 카페&샵



 



속마음을 말할 땐 높은 곳에 오른다. 탁 트인 풍경을 보면 마음이 가벼워져서일까. 어느새 비밀 이야기도 자연스럽다. 교동의 이름 모를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공간, 소곤소곤 카페&샵이 나온다. 수원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달콤한 연유 크림 커피를 마시면 겨우내 얼었던 마음도 금세 녹아내린다.

카페의 한쪽 공간은 소품숍으로 꾸며져 있다. 소곤소곤은 디렉터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패턴을 기반으로 다양한 패브릭 제품을 만든다. 패턴이 주는 리듬감과 패브릭이 주는 따뜻함이 포인트. 공간 곳곳을 장식하는 발랄한 그래픽 소품은 유니크한 느낌을 더한다.소곤소곤. 우리만 아는 얘기를 하고픈 분위기를 완성한다.



 



2



 



골목을 여행하듯



브로콜리숲



 



행궁동 골목을 걸으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고즈넉한 돌담길을 지나면서 세련된 카페나 음식점을 만나는 건 멋진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다름없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는 행궁동 골목엔 독립서점 브로콜리숲이 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브로콜리숲은 가정집 공간을 개조해 만든 서점으로, 들어설 때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서가엔 두 서점 주인이 선별한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이 진열되어 있다. 지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묻어나는 부분도 보인다. 수원과 행궁동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진열대를 마련해두고, 지역 학생들의 모임을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내어준다. 이곳은 서점이 아니라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멋진 숲인지도 모른다. 



 



3



 



지극히 편안한 집



경안당



 



“아내 이름에서 경 자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편안할 안 자를 써서 경안당. 지극히 편안한 집이라는 뜻이에요.” 아내를 위해 집을 지었다는 주인의 말을 들으니 이곳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경안당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까지 진짜 한옥이다. 가정집에 들어가듯 신발을 벗으면 지글거리는 아랫목에 자리를 내어준다. 

경안당에서는 특별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중국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홍차인 과홍과다. 상차림으로 주문하면 직접 만든 착즙 양갱과 전통 다식, 터키식 로쿰, 절편이 함께 나온다. 소나무 향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과홍과의 독특한 맛을 다과와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차분히 얘기를 나누고 차 한잔하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은 없을 것이다.



 



4



 



개성을 간직하는 삶



무크티레더 홀씨공방



 



가죽 공예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태가 변한다. 쓰는 사람의 생활 패턴이 물건의 모양부터 질감까지 결정한다. 그렇게 나에게 맞춰진 가죽 제품은 자연스레 개성을 표현하는 물건이 된다. 가죽을 자르고 꿰매는 작업부터 내 손으로 직접 사용하는 세월까지 가죽 공예의 작업인 것이다.무크티는 산스크리트어로 자유, 해방, 해탈을 뜻한다. 이름의 뜻에 맞게 공방에서 제작하는 소품들은 보헤미안, 빈티지 스타일을 고수한다. 특별히 가볍고 부드러운 천연 송아지 가죽 원단만 사용하는데, 편하게 자주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래야 손때가 묻어 완성되는 가죽에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휴일에 공방에 들러 작은 가죽 소품을 만들어보자. 나다운 물건을 지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5



 



행복해지는 동심의 방



히얼유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는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 속 동물이자 친구인 빙봉이 등장한다. 코끼리 코에 솜사탕 몸, 그리고 고양이 꼬리를 가진 빙봉은 주인공의 동심을 대변한다. 언제나 함께였지만 훌쩍 커버린 주인공은 빙봉을 찾지 않게 되고, 서서히 잊히며 사라진다. 많은 어른들이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순수한 동심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히얼유아는 어른들의 동심을 살려낸다. 이 작은 편집숍에는 사랑스러운 빈티지 수입 장난감과 생활 소품, 문구, 선물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공통점은 빠짐없이 귀엽다는 것. 귀여움 앞의 몽글몽글한 감정에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 어른이 되고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순수한 감정. 히얼유아를 찾은 어른들이 행복해져 돌아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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