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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문화도시, 그게 뭔가요? 수원과 문화도시
지난 2019년 12월 30일,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하는 제1차 문화도시가 법적으로 정식 지정되면서 문화도시 정책과 사업이 실제로 본격적인 추진 궤도에 올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문화도시 개념과 사업을 도입한 2004년의 지역거점 문화도시 추진 이후 약 15년 만이며,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그에 따른 문화도시 정책이 준비된 이후 약 5년, 동시에 2018년 5월 정식의 문화도시 정책의 추진 공표 이후 약 2년만의 결과이다.
글 조광호_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 수원문화재단
2020년, 문화도시의 개념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논의
2020년 현재, 문화도시가 지역의 이슈이자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에는 그 개념에 대한 논의가 이론과 현장의 분야전문가들 사이에서 오히려 매우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문화도시가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현재 문화도시 지정 및 추진의 큰 축을 구성하는 정책적 개념정의를 이해하고 지역 각자가 생각하는 문화도시의 개념이 공유되고 합의되어야만 향후 문화도시의 상이 도시의 미래를 위해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정립되어 시대적인 문화이슈로 자리 잡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은 매우 중요한 개념 정립의 시기가 된다 하겠다. 필자는 문화도시 연구 이후 “문화도시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아왔는데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가장 명료하고 쉬운 근본의 개념정의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약 500쪽에 달하는 연구보고서에서 ‘내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지?’라고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고민 끝에 필자는 내 자신만의 문화도시에 대한 개념을 정의할 수 있었으며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문화도시란,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사회적 생명체이다.”
이 정의가 문화도시의 궁극의 모든 것을 정의할 수는 없겠으나 필자만의 개념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 되는 것은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적 생명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성되는 사회집합의 생명체로서 태어났으며, 도시는 도시로서의 삶을 살면서 그 삶의 모습 자체가 도시의 문화가 된다. 그리고 도시는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사람들과 함께 도시적인 삶의 모습, 즉 문화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으로 그 사회가 꿈꾸는 미래를 그리고 실현해 나갈 것이다. 종합해보면 사람들이 사회를 만들고 사는 삶의 모습이 문화가 되고 그 문화로 함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인 큰 사람이자 생명체, 그것이 필자에게는 문화도시를 의미한다. 이제 다시 처음의 정의로 돌아가보자. 지역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문화도시, 대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을 수도 없이 받았던, 아니 지금도 받아오고 있는 필자가 이제는 지역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거꾸로 물어보고 싶다. “당신에게 문화도시란 무엇입니까?” 문화도시가 한 개인의 연구주제에 머무르던 때를 지나 지역의 문화이슈이자 정책의 화두가 되었다고 하는 지금, 지역은 자신들의 도시가 바라고 추구하는 문화도시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분명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신해야 할 차례이다.
문화도시 지정절차와 추진방향
법정 문화도시 지정의 절차를 살펴보면 문화도시 지정을 원하는 도시 지자체에서 지정희망연도로부터 약 2년 전까지 문화도시 지정신청을 해야 하며, 지정신청을 하게 되면 그로부터 약 2년 동안 문화도시조성계획 검토-승인 과정과 예비사업 추진-관리, 그리고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문화도시 지정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에 의한 문화도시로 지정되고 이후 사업을 추진 및 지원하게 된다. 현재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5년간 총사업비 최대 200억원(국비-지방비 매칭)의 규모로 사업추진 및 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이후 도시가 자체적으로 지속)인데 문화도시 사업모델은 도시의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및 기획과 경영으로 새로운 사회성장 및 발전의 구조와 효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도시의 문화계획을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라 요약할 수 있으며, 그 최종적인 목표로서는 지역 사회가 공유하는 고유의 문화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문화와 사회가 연결되는 가치사슬에 기반하여 문화기반 사회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의 문화브랜드를 생성하고, 지역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사회효과를 발현하고자 한다.
문화도시 추진 구조모델
문화도시의 개념 정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문화도시 추진 구조모델이 되는데 추진 구조모델에는 문화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함께 목표를 제시해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의제들을 담고 있어 문화도시의 추진 원칙과 원리를 정하기 위한 참고자료로서 도시가 눈여겨 볼만하다. 그 내용을 보게 되면 도시경영체계에는 거버넌스로부터 사회자본 형성까지 다루어 문화생태계 기초를 다지고자 하는 의제를 다루고, 문화력과 관련하여 지역가치 재발견으로부터 문화환경 실현을 통해 도시 브랜드로 이어지는 구도의 도시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효과 발현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역생산구조로부터 문화혁신거점 조성까지 문화가 사회와 연결되는 도시발전구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도시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자치를 위한 자율적 사업구조로 지역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제 또한 제시해두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게 되면 문화도시의 추진구조모델을 통해 문화도시의 계획과 실현을 위한 가치키워드들이 조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그 중 특히 지역자산의 개발과 축적, 새로운 지역생산(사회적 실험 포함), 장소기반의 사회혁신 등과 같은 의제들은 문화기반의 사회전환과 미래전략 구성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로 지역에서는 문화를 통한 도시의 가치혁신과 함께 새로운 도시발전좌표 구성을 위해 요구되는 중요한 도시의제인 것으로 생각된다.
추진 구조모델을 통한 도시 위치와 길찾기
이와 같은 추진 구조모델은 문화도시 추진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문화도시의 개념에서 구조로, 구조에서 과정으로, 과정에서 전개로, 전개로부터 파급으로 이어져 궁극의 목표를 실현해나가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도시는 이 기초모델을 자기모델로 완성해가면서 문화로 도시가 전환되고 발전하는 문화기반 사회생태계의 새로운 구조(형과 꼴)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문화도시의 추진구조모델을 살펴보면서 자기 도시가 어떤 위치에 와있으며 향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도시의 경영 위치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으며, 현재 무엇을 이루었고 어디까지 와있는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는가 등 도시가 지금 문화를 통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떤 모습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
문화도시 추진의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요 이슈와 현재 성과 및 동향
“문화도시”라는 이름은 이미 우리나라의 지역문화정책에 많은 이슈와 과제들을 도출해왔다. 특히 2018년 5월 문화도시 정책이 문화를 통한 사회발전프로젝트라는 개념으로 정식으로 공표되어 새롭게 시작된 이후 2020년 제1차 문화도시 지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2년간 짧지만 긴 여정이 함축된 시간 속에 이끌어낸 지역문화의 지형변화는 현재 학계와 현장, 그리고 도시의 사람들 모두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새로운 정책으로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그간 새로운 문화도시 정책과 사업이 준비 및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끌어낸 이슈 및 현재적 성과를 동향으로 종합하여 논의하면 다음과 같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 문화를 통한 지역경영의 시각 생성 및 공유
첫째, 문화도시를 통해 문화로 지역을 종합하여 보는 도시담론이 지역에서 생성되고 사회적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도시 전체를 문화로 조망하고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보았던가를 생각해보면 이전까지는 없었던 관점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며 나, 공동체, 마을을 넘어 이제 도시로 문화를 바라보는 종합시각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이와 같이 도시의 문화에 대한 담론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과정 및 시도를 통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를 문화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을 만들고 공동으로 참여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 문화도시, 지역에서 분권과 자치의 신호탄
둘째, 문화도시는 지역이 지역 스스로 만들과 제안하여 실행하는 정책사업으로 분권과 자치의 시작을 위한 지역 자체적 신호탄이 되어주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은 중앙정부가 정해주는 사업내용이 아닌 지역이 스스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업을 개발 및 선택하고 직접 설계하여 제안하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나아가 이를 현장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게 되면 정책과 사업의 기초 틀은 같으나 각각의 도시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대로 고유성을 가지게 되며 각 도시가 원하는 각각의 모습으로 정책과 사업이 실현된다. 이는 지역이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자율성을 갖게 되는 것으로 현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분권과 자치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며, 지역의 도시는 문화도시를 통해 문화정책 관점에서의 분권과 자치를 학습해나가면서 지역의 자치방법론을 찾아가는 그 첫 번째 지점들을 찾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3. 문화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과정 정착
셋째, 문화도시는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시민 참여 및 숙의공론의 과정이 기본절차이자 의무로 포함되면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적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고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시민참여에 의한 숙의-공론의 과정은 기본이자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 요소이며 사업의 추진과정 또한 공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함께 추진해나가는 구도로 정착되고 있다. 이는 문화도시를 통해 시민이 주인이 되어 그 도시의 문화정책과 사업을 결정하고 지역을 전체적으로 고민하며 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사회적 과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문화도시 추진이 ‘문화를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로서의 본질적 의미를 찾고 도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과정적 성과를 점차적으로 도출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자고로 강이 깊고 넓음은 강을 만드는 지류와 간류로부터 알게 되며 언젠가 모여 흐르는 강을 봄으로써 비로소 그 모습을 헤아리게 되는 법. 흘러가는 강줄기의 모습만을 보고 마냥 흘러가기에는 그 흐름은 너무나도 커서 뒤엉키기 어렵다. 문화도시도 이와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역문화 각 영역에서는 지역문화의 큰 흐름이 변화하는 지금의 때를 예의주시하고 함께 동참해야 할 것이며, 그 중심에서 문화도시라는 도시문화정책의 기틀부터 다시 한 번 찾아보고 논의하여 지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에서 문화도시를 추진하고자 할 시에는 지역이 문화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 그 기반체계를 다지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삶의 전환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이자 방법론으로서 문화도시 정책과 사업이 자리 잡아 우리사회가 문화로 새로운 힘을 찾아나가기를 바람하면서 본 원고를 마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