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 코로나 시대 노래가 들려주는 이야기


 



코로나 시대 노래가 들려주는 이야기



 



글 서정민갑_대중음악의견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계속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시민들은 아직 마스크를 풀지 않았다. 학교는 열리지 않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되서 죽을 맛인데, 무급휴직을 종용하는 회사는 계속 늘어간다. 마스크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은 막았어도, 경제위기의 후폭풍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초유의 상황.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고통도 커져간다. 공연이 멈췄고, 극장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음악 공연들은 모조리 중단되었다. 2월말부터 4월말까지 벌써 두 달째다. 공연을 해야 생활을 할 수 있는 예술인들의 수입이 끊어졌고, 공연을 해야 임대료를 내는 공연장 운영자들은 공연장이 텅텅 비었는데 월세를 내야 한다. 공연을 보고 싶은 팬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렇게 만나지 못하고 모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의 시민들이 베란다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견뎠다면, 예술가들과 공연장들은 온라인을 활용한다. 이제는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구분되지 않는 시대이다. 유튜브, 브이라이브, 틱톡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외면하는 뮤지션은 거의 없다. 끊임없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림으로써 팬들에게 말을 걸고 교감하는 일이 뮤지션의 본업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대체하지는 않았다. 공연의 스펙터클과 사운드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촬영과 음향을 위한 장비와 전문가가 필요했고,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대형 스타가 진행하는 규모 있는 공연이 아니라면 사후에 편집해서 공개하거나 팬들이 찍은 영상을 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아예 만날 수 없고 활동할 방법이 없어지니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밖으로 나가기 두려운 이들은 넷플릭스, 왓차 같은 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콘텐츠를 보면서 견디는 일이 일반화되었다.



 



 



흥미로운 1



 



그래서 예술가들과 공연장, 기획자, 공공문화시설이 함께 나섰다.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국가보훈처는 김조한, 바다, 알리, 윤도현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상록수>를 부르며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애쓰는 전 세계 의료진을 격려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Amazing Grace>를 부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Music For Hope’라는 부제를 붙인 곡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세계의 모든 이들을 위한 노래이다. 지금 사람들은 나만 고통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위로 받고 싶다. 이 고통이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희망을 확인하고 싶다. 함께 견디며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찾고 싶다. 정치가를 비롯한 사회 리더의 말, 불철주야 방역에 여념이 없는 의사/간호사의 조언이 소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음악가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대안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곁으로 다정하게 다가설 수 있다.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잠시나마 웃고 설레게 만들 수 있다.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고,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날들이지만 마음까지 굳어버린 것은 아니다. 즐길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은 집에서도 공연을 보면서 들뜨고 충만해질 수 있게 해준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느끼던 즐거움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처럼 1994년 Pulse 공연 실황을 무료 공개하기도 하고, 온라인 공연을 열기도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네이버와 함께 하는 <힘내라 콘서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중음악, 뮤지컬, 연극, 오페라, 한국 전통음악, 클래식 공연을 고르게 편성한 <힘내라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무관객 공연을 중계하는 방식이다.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힘내라 콘서트>는 공연을 보면서 시름을 잊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려는 목적도 있다. 핑크 플로이드도 공연 영상을 공개하면서 모금과 연계했다. 국립극장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비롯한 국립극장의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국립오페라단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도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무관중 공연을 중계하는 경우도 있고, 조심스럽게 공연을 진행하는 공연장도 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무선헤드폰을 활용해 관객들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콘서트를 볼 수 있게 진행 중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공연은 레이디 가가의 주도로 글로벌시티즌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함께 연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과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서트’이다.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서트’는 동시 접속자수가 224만명이 넘었고, ‘One World Together at home’ 공연에도 음악팬들이 몰렸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폴 메카트니Paul McCartney, 엘튼 존Elton John,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를 비롯한 뮤지션들은 말 그대로 집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공연 중간 중간 세계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함께 견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서로 달래고 격려했다. 덕분에 집에서 특별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잘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공연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공연을 할 수 없고, 페스티벌을 할 수 없는 날이 길어지면 결국 누군가의 삶은 무너진다. 노래가 우리에게 힘을 줄 때, 우리는 그 힘으로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노래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 찾고 요구해야 한다. 노래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삶을 지키는 일은 한영애의 노래처럼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니까. 혼자서만 열광하고 환호하는 일은 재미없고 외로우니까.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멈추었을 때, 우리는 예전 처럼 살 수 없을테니까. 박창근이 <이런 생각 한 번 어때요?>에서 노래하듯 “주어진 만큼만 누리고”, “나눠진 만큼만 갖고”, “필요한 만큼만 먹는” 삶을 살지 않으면 위기는 끊임없이 돌아올테니까.



 



 



흥미로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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