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산책하는 작가들 - 푸른지대창작샘터 입주작가, 봄로야&채효진





 



예술가에게 외로움은 뗄 수 없는 수식어라는 말이 있다.

고독의 깊이 속에서 자유로이 치솟는 일을 하는 사람이 예술가이며, 예술은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내면의 깊이를 길어 올리는 일인 셈이다.

푸른지대창작샘터는 ‘따로 또 같이’를 지향하며 레지던시 공간을 제공하고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

이곳에서 도시와 자연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 두 분을 만나보았다.



 



글 한아름_더페이퍼 에디터 사진 박정민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도시 경계를 뜻하는 ‘비오톱(1)’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수진 작가님과 비오톱 지역을 탐방하고,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난 관점으로 같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드로잉하거나 글 쓰거나, 흥얼거리는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콜렉티브 위주 활동 등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요즘 코로나19와 태풍 때문에 물리적인 산책이 어려워요. 그런부분이 지나가면 작업하고 발표할 것 같아요.





  전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된 감정들을 주제로 감정이입된 풍경들을 작업을 했어요. 요즘에는 제 자신을 환기시켜주는 장소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잔상들을 주로 작업 하고 있어요. 저도 봄로야 선생님처럼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밤에 산책을 하다보면, 안개 같은 보이지 않는 밤의 기운들이 편안하게 느껴져서 그런 기억된 감각들을 계획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즉흥적으로 접근하면서 그림으로 그려나가고 있어요.



 



(1) 비오톱 : 야생동물의 서식과 이동에 도움을 주는 도심에 있는 인공물이나 자연물



 



 





레지던시에서 작업하실 때 장단점이 있나요?





  식물 드로잉을 많이 하는데 이곳은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하천과 나무가 있고, 식물이 많이 있다는 게 좋아요. 하지만 식물이 많다 보니 벌레도 많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고요.





  전에는 7~8년 정도 혼자 작업실을 사용해서, 다른 작가분들을 만나기 어려웠어요. 이곳에서 혼자 고민했던 부분을 교류할 수도 있고,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도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집하고 거리가 멀다는 점이지만 괜찮습니다. (웃음)



 



 





작가의 작업과 교류,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레지던시가 어떤 점을 지원하면 좋을까요?





  주변에 경기상상캠퍼스나 크고 작은 갤러리도 있는데, 그분들과 접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서로 직업이나 일상을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으면 재미있고 좋을 것 같아요.



 



  지역을 위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먼저 작가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세심한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시도해보고,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세심하게 작가님들에게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기획자님들이나 작가님들이 지역과 레지던시에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찾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들의 작업과 일상은 얼마나 밀접한가요?





  2015년부터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작업하고 기획했었어요. 작업 활동은 제가 가져야 하는 생활이나 태도와 붙을 수밖에 없죠. 그래야만 작업도 할 수 있어요. 고민도 많고, 갈래도 많고, 실천하기도 어려워요. 그런 부분을 작업이랑 관련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주 밀접한 것 같아요.





  전에는 작업과 제 일상이 너무 밀착 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요즘드는 생각은, 생활인으로서의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일도 하는데, 또 다른 제 모습이 발견 되더라고요. 오롯이나 자신을 바라보며 작업하는 것과 새롭게 발견한 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작업과 저는 항상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점차 제 길을 찾아가게 되겠죠?



 



 





작업 하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고민하시거나 집중하시나요?





  여러 가지 매체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까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있어요. 요즘 시적 언어를 작업으로 보여준다고 작업소개에 적어놨는데, 시도 어렵고 시적 언어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요. 가끔 주변 지인들이 음악 다시 안 하냐고 물어요.(웃음) 흥얼거림을 많이 만들어서 올해 겨울이나 내년 안으로 꼭 다시하고 싶어요.





채  작업하면서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해요. 머리보다 마음으로 가야 작업이 되니까. 고민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낯선 장소에서 보게 되는 광경이나 기운에서 오는 기억과 감각을 생각하면서 작업해요.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최대한 젖어 들려고.(웃음) 작업을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는 의미를 되묻기도 하다 보니 제목도 연관성 있게 나오는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도시와 관련된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도시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나요?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떤 장소잖아요. 작가로서 저도 도시안에 살지만, 관찰자로 보려고 하고, 소재로 보려고 해요. 거리를 두는 거죠. 그래서 도시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고,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에 이입해요. 저는 도시에 사는 시민이자, 여성이자, 작가이자, 관찰자로써 도시성 자체나 도시 속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을 이야기로 만들어요.





  도시와 밀착되어 있으면서 제 중심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스무 살부터 타도시에 와서 생활했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또 도시의 네온사인이나 건물들을 보면 도시도 화려한 것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허름한 건물도 있잖아요. 도시의 이중적인 풍경의 모습이 결국 사람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접근했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나요?

 



  나이를 먹다보니 여성을 향한 환경, 페미니즘, 돌봄에 대한 선입견이 눈에 잘 보이고 있어요. 여러 가지 교차점이 있겠지요. 작업이든, 기획이든 다른 프로젝트이든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길게 봤을 때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수원 시민과 예술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제한이 많아서 어렵겠지만, 수원 시민들과 예술 사이에서 앞으로도 함께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네요.





  수원시민들과 함께 하는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떨까 싶어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화성행궁 주변의 오래된 골목이나 예쁜 골목들을 촬영하여 그림으로 그려 본다든지, 비워져 있는 기와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나누고 화성행궁 골목의 추억을 상기시켜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들에게 ‘내 일은 00이다’라고 묻는다면요?





  내 일은 계속 ~되기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니까 이것도 되었다가, 저것도 되었다가 하는 것 같아요.



 



  내 일은 '사막'이다. 사막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사막도 걷다보면, 오아시스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 제 일도 묵묵히 걷고, 기다리다보면 가끔씩 그런 경험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작가 16인은 <하반기 결과 보고전>과 <오픈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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