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먹방 - 인종차별이라고요?


먹방

인종차별이라고요?



 



글 손이상_작가



 



 



 



 



 



호주의 국민 여동생이라 불릴 만한 인기배우 얼라이자 스캘렌(21)이 올해 감독 데뷔를 했다. 14분짜리 단편 데뷔작의 제목은 <먹방(Mukbang)>. 십대 여학생의 성장을 그린 영화로, 인터넷에서 본 먹방을 따라 하며 음식을 계속 먹는 내용이다. 시드니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 그러자 호주의 아시아계 작가 미셸 로우가 이 영화를 거칠게 공격했다. 영화 속 백인 소녀가 자아 발견을 위해 한국 문화를 전유하는 방식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유다.



 



어느 나라에나 있게 마련인 잉여로운 연구자들도 말을 보탰다. 국립 호주대학교의 한국학자 로널드 말리얀카이 박사에 따르면, 먹방은 한국의 노동시간이 엄청 길기 때문에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며 사교를 나눌 기회가 없어서 생겨난 것으로서, 한국 문화의 일부이며, 호주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타자의 문화를 끌어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한다. 트위터에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스캘렌 감독은 석고대죄를 하였다. 영화제작사인 팻 살몬 프로덕션도 석고대죄를 하며 향후 자사가 만드는 모든 영화에서 비백인 인물을 30% 이상 등장시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 번져, 시드니 영화제 총감독인 네이셴 무들리까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혐의를 받았다. 이 논란은 호주의 유명 영화감독 27명이 유력일간지에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까지 계속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네이셴 무들리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이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영화를 지지해왔으며, 온라인상의 비판은 공개적으로 수치를 주고 영화 산업을 불태우는 데만 관심이 있는 집단 괴롭힘이라고 한다.





한편, 영화 <먹방>을 처음 비난했던 미셸 로우도 인종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녀가 수년 전 각본을 쓴 <블루머즈> 때문으로, 그 영화에는 어린 학생들이 고대인의 제례를 따라 하면서 얼굴에 숯검댕을 칠하며 웃는 장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저예산 영화일 뿐이라며 맞서던 로우 작가도 트위터에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석고대죄를 하였다. 얼굴에 숯검댕을 칠하는 장면을 연기한 아시아계 여배우 자넷 왕 또한 석고대죄를 하였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주 영화계에도 인종적 불평등과 편견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일 터이다. 그러나 지난 몇달간 상처와 얼룩만 남긴 이 해프닝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논란의 와중에 정작 한국인에게 먹방의 의미와 배경을 묻는 요청이 없었다는 점이 기이하다. 한국인으로서 말하자면, 먹방, 아무래도 상관없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손이상 작가는 시사,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문화운동가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이를 해석한다. 칼럼을 통하여 그가 가진 사회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서울민예총 운영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글을 쓰고 공연기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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