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Writer 배미진 Photo 김성재



 



Seo Hyun서현 작가



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친구를 기다리던 어느 날 서점에서 무심결에 뽑아 펼친 그림책 한 권. 글이 없는 책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당황스러움도 잠시, 상상으로 가득한 묘한 매력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 속으로 점점 스며들었다. 어린이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그림책은 서현에게 또 다른 새로운 책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줬다. 어릴 적부터 줄곧 만화가를 꿈꿔온 그는 그날 이후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든 펼치는 상상의 세계



어린 서현은 만화가를 꿈꿨다. 꼬마였을 때부터 만화를 즐겨봤고 캐릭터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만화 속 장난감과 피규어 를 모았다. 이따금 점토로 만화 주인공을 빚어도 보는 등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만화가를 희망하던 서현은 지금 그림책 작가다. 어떤 계기였을까?



“서점에서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을 우연히 보고 난 후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뒤바 뀌었어요. 그림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작가는 마치 영상을 재생하듯 섬세한 장면묘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 어요. 독자는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읽어 내야 했습니다.”



그 순간 서현 작가는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졌 다. 어린이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편견이 산산 조 각났다. 낯설지만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마음을 들썩였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서현 작가는 그림 책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른 장르보다 비교 적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고 남녀노소 접근하기 편한 그림책의 매력이 그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책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보 고 싶은 세계를 펼쳐서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아 요. 바스락거리며 종이를 넘기는 행위와 그 물성 까지 포함된 세계죠. 그중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장애 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그림책에 담긴 그림언어를 통해 책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림책은 정말 멋진 미술작품이기도 해요.”



그림책에 대한 작가의 견해는 작품 속에서도 알아챌 수 있다. 그는 최근 발간한 <호라이>에 들어 있는 특별부록 하단에 ‘그림책은 지성인의 필독 서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림책은 성인이 읽기에도 좋습니다. 살면서 잊고 있던 정서나 감각을 깨워주는 부분이 많은 책 이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나 마음이 딱딱해진다면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되살아나 말랑말랑해질 거예요.”



서현 작가는 눈물이 많았던 어릴 적 경험을 녹여 낸 <눈물바다>를 시작으로 총 5권의 창작 그림책을 펴냈다. 머리를 긁다가 빠진 머리카락들이 또 다른 내가 돼 유쾌한 춤을 추는 , 작은 키가 불만인 아이가 하늘 높이 커지는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유쾌한 상상력을 기반으 로 한 작품들은 어른들의 마음마저 기분 좋게 간지럽힌다.



“아이디어와 이야깃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떠다녀요. 일상에서 포착할 때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도 예상치 못하게 발견되 는 것들이 있죠. 제가 보고 있던 콘텐츠와는 완전 히 다른 방향으로 머릿속에서 다른 이야기로 전 개될 때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서현 작가는 스스로 ‘유머를 찾아 머 릿속을 헤매는 여행가’라고 표현한다. 그는 상상속에 떠다니는 유머나 재미 요소들을 쏙쏙 골라 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재 밌는 일을 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찾아내고픈 노력이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발견하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기도 하다. 책을 만들면서 지키는 철칙도 분명하다. 본인에게 매 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 작업의 과정 과 이야기가 작가 자신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밌어야 책을 보는 독자들도 공감해 줄 것이라 는 생각이다.



“제 책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말해주시는 독자분들을 보면 행복해요. 그만큼 행복한 말이 있을까요?”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웃음이 나고 행복한 시간 되길



서현 작가는 노란색을 즐겨 쓴다. 그가 펴낸 책표지들을 보면 작가가 노란색을 많이 쓰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기호에 의해서 쓴 색이라며 방긋 웃다가도 이내 색 쓰임 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전했다.



“만화에서 반짝거리는 장면을 표현할 때 노란색 이 많이 쓰이는 것을 아시나요? 빛이 나거나 별, 황금을 표현할 때도 노란색을 많이 쓰죠. 노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굉장히 힘이 넘치고 긍정 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그리 는 캐릭터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더욱 열심히 쓰기 시작했죠.”



지난 7월에는 동글동글 귀엽고 노란 계란프라이를 소재로 한 <호라이>와 <호라이 호라이>를 출 간했다. 본인이 펴낸 세 권의 책에서 우연히 계란 프라이가 등장한 것을 발견한 후 계란프라이를 조연의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늘 누군가에게 먹히는 존재인 계란프라이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 계란프라이는 부르기 쉽고 경쾌한 느낌의 ‘호라이’가 됐다. 알에서 태어난 호라이는 밥 위에 있었다가 머리 위, 빨랫줄, 박물관 등 독자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세계를 넘나든다. 작 가는 어리로 튈지 모르는 호라이를 따라갈 뿐이 다. 과감한 상상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며 통통 튀 는 전개를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책이 불러오는 감정들이 있어요. 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웃음이 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 감정을 느끼셨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들은 재미난 농담이 라고 생각해요. 이 농담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의 말 한마디도 작품활동에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서현 작가는 독자들의 피드백에 감동 을 느끼는 순간이 꽤 많다. 자신이 만든 책이지만 독자의 의견을 들으면 새롭게 보이는 경험까지 하게 됐다. 고심해서 쓴 문장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을 울리기도 하고, 단순한 문장에 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간질간질』 표지, 사계절, 2017.



 



“<눈물바다> 출간 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했어요.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에게 사인 과 함께 ‘슬플 땐 시원하게 펑펑 울어봐’라고 메시지를 적어드렸어요. 어머님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시더라고요. 아이가 울 때 감정을 존중해줘야 하는 데 그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드셨대요. 독자들의 말 한마디는 저에게도 제 책의 의미를 새롭게 가져다줘요.”



서현작가에게 독자들은 감사하면서도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렇게 표현하면 독자들의 마음은 이렇겠지?’라고 생각해도 막상 그 예상들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도 한다.



 



그림책은 지성인의 필독서



서현 작가는 차기작으로 요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상상 속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그는 출간 후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다. 틈틈이 그 림책 작가들과 전래동화를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 도 제작한다. 수원 토박이인 서현 작가는 지역에 서 전시 등 문화행사도 열고 있다.



“작년에는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 그림책 원화전을 열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문화예술계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기간 자신을 성장시키면서 재미있게 발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총 다섯 권의 책을 낸 서현 작가는 <달을 마셨어요>, <일수의 탄생>, <책이 사라진 날>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도 그림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는 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만화가 서현으로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림책을 어린이만 보는 책으로 구분 짓지 말고 하나의 장르로 접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은 모든 나이를 아우르는 힘이 있거든요. 대체로 글과 그림이 함께 하지 만 그림의 속삭임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상징이 가득한 매체이기도 해요. 독자분들도 찾아보시면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 많을 겁니다.”



 



즐거운 수다1-유머 찾아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여행자_서현 작가



 



서현 Profile



2009. 11. <눈물바다>발간 - 사계절출판사



2012. 06. <커졌다!>발간 - 사계절출판사



2014. 그림책도시 원주, 서현 작가와 놀다 ‘커졌다! 그림책’展



2015. 제주도 그림책갤러리 제라진 - 그림책 작가 서현 전시 ‘그림책 바다–놀아라, 아이들!’展



2016. 부산 어린이책잔치 - 놀고 자빠진 책 ‘서현 그림책 원화展’



2017. 04. <간질간질>발간 - 사계절출판사



2017. 1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어린이책놀이터 너나들이 ‘오예! 그림책’ 서현展



2017.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2018. 대전 계룡문고 ‘서현 작가의 간지러운 그림책’ 展



2019. 피스북스 – 평화를 말하다. 서현 그림책 원화 작은 전시회 ‘시원하다, 후아!’展



2020. 11. 수원 슬기샘어린이도서관 ‘마음이 씨익’ 그림책 원화展



2021. MOKA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보따리바캉스’展



2021. 07. <호라이>,<호라이 호라이> 발간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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