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예술 인문학-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감각하는 감수성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감각하는 감 수 성



아련히 스러지는 존재들을 돌올하게 끌어올리는 시선



Writer 편집실 data 문학동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감각하는  감수성



 



『2021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7편을 뽑아 독자에게 선보인다. 올해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 등 총 28개 문예지에서 100명의 작가가 발표한 184편을 심사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문진영 작가를 포함해 윤대녕, 손홍규, 안보윤, 진연주, 정용준, 황현진 작가가 2021 김승옥문학상에 새로 모습을 보였다.



 



공간, 기억, 만남 「두 개의 방」



대상 수상작인 문진영의 「두 개의 방」은 “공간의 기억과 존재의 테마를 형상화하는 과정이 깊은 울림을 지니는”(리뷰. 김화영) 소설로, 무기력하게 놓쳐야 했던 지나온 공간을 기억하는 두 인 물의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산책의 여정이다. 우리가 과거에 머 물렀으나 기억 속에만 남겨둔 “몽상과 보호와 안식, 그리고 진정한 만남과 통일의 공간”은 “시간과 외적 힘에 의하여 파괴되고 사라”졌다. 하지만 “소용은 없지만 왠지 소중한 것들”(본문 중)을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에게서 공간과 사람은 잊히지 않고 오래 살아 숨 쉰다. 이 진리를 아는 두 인물은 “하하 웃”고 “좋아요” 말하며 다시 걸어나간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에 대 한 긍정을 얻어내는 이 소설은 2020년대의 우리가 우리의 공간을 돌아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공간과 살아가야 할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리뷰. 권희철)하는 소설이다



 



색색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의 삶



윤대녕의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는 상실이 할퀴고 지나간 뒤 생긴 상흔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장례식’과도 같은 삶을 그려낸 다. 삶의 허망함 앞에서 허망 그 자체를 “욕망하고 추적하는”(리뷰. 권희철) 것이 오히려 삶을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하는 놀라운 도치가 소설에 있다. 손홍규의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은 유쾌한 농담을 일삼던 삼촌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후 지루 한 소설만 읽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삼촌을 기억하는 ‘나’가 삼촌과 겹쳐지는 동안 슬픔을 삶으로 품어 안으면서 이야기는 곧 삶이 된다. 안보윤의 「완전한 사과」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가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잃어버린 분노와 죄책감이 버무려지는 윤리적인 난점을 주목한다. 그런 ‘나’ 가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이 채 가리키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을 겨냥하는 첨예한 소설이다. 진연주의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은 가까운 존재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의 반복적인 일상을 세밀 한 문장으로 진술한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한 반려견들과 산책에 나서는 모습은 거대한 상실 앞에서 같은 자 리를 좌절로 맴도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려는 노력을 개발하려는 용기이다. 정용준의 「미스터 심플」은 상실을 경험한 두 사람이 만나 하루하루를 견뎌내기 위한 서로의 노력을 어루만지는 소설이다. 상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는 동안 비로소 자신을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황현진의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는 생계에 대한 계획조차 버거운 현대인의 불확실성과 공포를 직시한다. 경제적 조건에 좌지우지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한성과, 그럼에도 함께 살아야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다룸으로써 세태소설의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



이번 수상작품집은 세대를 아울러 한국문학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그려 보인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심사장의 열렬한 분위기를 그대로 증언한 심사평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다종다양한 삶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수록되었다. 세대와 정체성으로 나뉘어 균열을 이룬 색색의 단면을 보이면서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어떤 목소리도 지우지 않고 긍정하고 자 한 결과다. 2020년대를 비추는 프리즘으로서 김승옥문학상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 한국 사회와 사람들을 독자가 세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저자 소개



 



대상_문진영 「두 개의 방」



2009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 학상(2012) 수상.



 



윤대녕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등단.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 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황순원작가상 수상.



 



손홍규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바람 속에 눕다」가 당선되어 등단. 노근 리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안보윤 「완전한 사과」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자음 과모음문학상 수상.



 



진연주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房)」이 당선되어 등단.



 



정용준 「미스터 심플」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 젊 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수상.



 



황현진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



2011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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