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 [수원유람] 성큼 와버린 시간의 끝자락에 하얀 눈꽃이 피었다. 수원 설경명소

 






[수원유람]



 

성큼 와버린 시간의 끝자락에 하얀 눈꽃이 피었다. 수원 설경명소



늘 그렇듯이 가을은 짧게 스쳐가고 긴 겨울이 온다. 아쉬움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으면 눈부심에 매혹되어 저마다의 아기자기한 추억을 쌓아 간다.






 

글 강일서 사진 경기도 · 수원시 제공






 

한 살 더 먹었다 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2017년 붉은 닭이 가고 황금 개가 오고 있다고 하니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빠르게 느껴진다.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란 하늘이 유난히도 눈부셨던 계절도 바뀌고 더욱 차가운 겨울이다. 그래도 이따금씩 하늘이 마술을 부려 차가운 도시에 하얀 눈을 뿌려주면 가끔은 웃게 되는 그런 겨울이다.

거리가 온통 눈에 덮인 날이면 물론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한다. 길은 미끄럽고, 차는 막히고, 발도 시리고, 옷이 젖기도 하지만 따뜻한 방에 앉아 발코니 창 너머로 보이는 눈 내리는 풍경은 너무 멋지다. 지금 보이는 것이 건물뿐이라면 조금은 예외겠지만 설레던 청춘 시절로 돌아가 보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잡은 펜션 근처나 호수가 내다보이는 커피숍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분위기가 바뀐다. 그토록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를 내고 신년회도 더 새롭게 느껴질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눈이 가진 매력이다. 때때로 부모님이 눈길에 미끄러져 조금이라도 상하실까 잡아주며 느릿느릿 걷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길을 걷다 아저씨가 하얀 눈 위에 남들이 보면 흉을 볼까 소심하게 하트 하나를 그려놓고 발길을 이어간다. ‘I LOVE OOO’을 수줍게 적어 넣고 떠난 그 위에 다시 눈이 조금씩 쌓이는 것을 보면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눈으로 쌓인 호수 공원을 걷다가 천천히 산을 오르다가 눈이 내린 모습에 잠시 쉬어가는 모습들, 먼발치에서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 누군가 사람도 풍경이라고 했던가? 렌즈에 담긴 설경과 쉬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진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또 눈이 내린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소년, 소녀 시절로 돌아가 행복했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쌓인 눈을 살짝 뭉쳐 한두 개 던지다 보면 눈싸움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빨간 목도리와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는 우리가 알고 있던 눈사람의 모습은 조금은 변형되었지만 <겨울왕국> 의 ‘올라프’를 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는 언제 보아도 순수하다. 그렇게 눈과 함께한 이 순간 또한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을지도.


 






 

눈길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소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고은, 『눈길』 일부-






 


 

화성행궁, 방화수류정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과 행궁 너머 팔달산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눈길,

정자 아래 연못으로 흩날리며 사라져가는 그 설경은 조선의 겨울 어느 날,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수원화성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190

화성행궁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방화수류정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392번길 44-6












 


 

서호공원, 만석공원

살짝 언 저수지 위에 눈이 소담스레 쌓이면서 귀여운 눈사람과 함께 신비한 얼음 나라로 이끈다.

하얀 옷으로 바꿔 입은 풍경을 바라보며 둘레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나직이 겨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만석공원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34

서호공원 : 일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수원천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북수동 일원

올림픽공원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수원시청 부근)



겨울의 찬바람에 가끔은 손발이 얼어붙기도 하지만 가끔씩 내리는 하얀 눈이 솜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아 마음을 녹여 준다. 이처럼 하얀 눈이 주는 소박한 즐거움을 수원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시에서 눈꽃이 아름다운 명소 열두 곳을 지정해 아름다운 풍광을 소개하고, 명소를 찾아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게 알리고 있다. 2017년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눈꽃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하얀 낭만을 맞으며, 추억을 더듬어 간다.


 

수원시 눈꽃이 아름다운 12대 명소 선정



광교산(마루길·사방댐·수변산책로) •팔달산(화성행궁 뒤·서장대) •칠보산(용화사 주변·정상) •청명산(청명공원) •서호공원(서호제방·여기산) •숙지산(숙지공원) •만석공원(중앙광장·일왕저수지·제방아래) •일월공원(회주도로) •광교 호수공원(야외무대·저수지 주변) •방화수류정(용연) •노송지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광장·왕벚거리) 등












 


 

광교산 일원

길고 고요한 산릉이 하얗게 눈에 덮였다. 굽이굽이 펼쳐진 작은 등산로와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눈꽃들이 천천히 걸음을 멈추게 한다. 저 아래 보이는 눈 쌓인 마을들은 눈의 향연이다.



광교산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산 58-1

광교호수공원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 57

광교마루길 및 광교저수지 일원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399-










 

눈 오는 날, 그림책을 만나면...



눈이 올 때,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눈이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사람, 그리고 눈이 쌓이는 바닥을 보며 치울 걱정, 미끄러질 걱정에 한숨부터 나오는 사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후자에 해당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그러한 생각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생각을 바꾸어 보고 싶은 욕심에 읽고 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어여쁜 그림책 · 동화책을 소개하려 한다. 추워지는 날씨에 혼자 가도 좋고 가족과 함께 해도 좋은 도서관에서 ‘눈’을 소재로 한, 책 한 권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



글 유정호바른샘어린이도서관












 


 

1. 한계령을 위한 - 문정희 시 주 리 그림 [바우솔]



그림책, 동화라고 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 정말 좋은, 소위 ‘힐링’이 가능한 그림책도 존재합니 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폭설을 맞닥뜨린 화자가 느끼고 싶은 애절한 고립, 그 위에 눈으로 가득 덮인 한계령의 절경을 입힌 그림책입니다. 폭설은 일반적으로 추위, 매서움, 심지어 자연재해로서의 두려움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절실한 욕심, 연인에 대한 사랑,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시와 그림책이 만난다면, ‘한계령을 위한 연가’만큼 잘 어울리는 것 도 없을 것 같습니다.












 


 

2. 눈 오는 날 -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비룡소]



‘눈 오는 날’은 놀 생각에 신이 나서 마냥 즐겁고 한없이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피터가 잠에서 눈 뜬 아침, 세상은 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눈도 맞아보고, 막대로 장난도 쳐보고, 눈싸움에 끼고 싶지만, 형들에게 밀려 혼자 눈사람을 만드는 등 피터 나름 눈을 즐깁니다. 내일도 놀겠다고 주머니 속에 소중히 넣어둔 눈뭉치 하나. 얼마 후 눈이 녹아 없어져서 시무룩해진 피터는 다음 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친구와 걸어갑니다. 떨어지는 눈송이 한 알, 한 알을 즐길 줄 아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눈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꿔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두더지의 소원 - 김상근 지음 [사계절]



눈, 동심, 판타지. 겨울과 눈에 관련된 동화책 속에 빠지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두더지의 소원’은 아이들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상 속 판타지, 그리고 그것을 지켜 주고자 하는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가 가미된 동화입니다. 우연하게 생겨났지만 그 순간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우정을 지켜내고자 하는 아기 두더지의 마음이 매우 귀엽습니다. 이야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냉정한 세상에 서 눈과 같은 아이의 순수함을 아껴주고자 하는 몇몇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두더 지의 소원’ 역시,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어른들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동화책입니다












 


 

4. 눈이 그치면 - 사카이 고마코 글·그림 김영주 옮김[북스토리아이]



어릴 적 읽던 책 속의 주인공은 눈이 와서 학교를 안 가는 일이 왠지 모르게 자주 일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눈이 그치면’은 새하얀 미지의 세계를 접하고 싶은 기대감과 매서운 날씨로 인해 참아야만 하는 아기 토끼의 인내심이 생생히, 그렇지만 조용하게 그려진 책입니다. 일상에서 겪어보지 못 한 오묘한 하루. 그 속에서 한 시라도 빨리 접해보고 싶은 하얀 눈밭. 읽는 이로 하여금 어서 눈이 그치길 함께 기대하게, 그리고 더욱 설레게 만듭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눈이 그치길 기다리는 아기 토끼의 한 마 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세상에 엄마와 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5. 눈 오는 날의 생일 -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특별한 날에 눈이 오면 그 특별함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따스한 눈이 오는 순간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느낌을 그림책으로 표현한다면, ‘눈 오는 날의 생일’이 제격일 것 같네요. 주인공은 친구에게 저지른 실수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엄마와 애완견 치치에게도괜한 심술과 투정을 부립니다. 그 와중에 생일날 눈이 오면 좋겠다는 기도를 빼먹지 않는 천진난만 아이 토토에게는 외로움도 잠시, 엄마의 애정 가득 선물과 훈훈하게 안아주는 친구들이있습니다. 어린이다운 순수한 감수성을 눈덩이 같이 듬뿍 얹어 놓은 이 책을 읽고 나니, 춥기만 할 것 같은 생일날이 은근슬쩍 기대됩니다.












 


 

6. 눈사람 - 송창일 글 이승은, 허헌선 인형 [파랑새]



크기에 상관없이, 모양에 상관없이 눈이 오는 날이면 만들던 눈사람. 그 눈사람이 녹지 않길 기도하던 어릴 적의 추억이 있나요? ‘눈사람’은 아이들의 동심을 그 어떤 책보다 아기자기하게 표현해낸 그림책, 아니 인형책으로, 우리나라의 옛 시골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구수한 아름다움이 겨울의 순백함에 잘 녹아 있습니다. 지붕의 고드 름, 눈 덮인 나뭇가지, 땔감, 장독대, 집안 구석구석 하나하나까지 표현한 정성과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형제가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행여 밤새 눈사람이 녹진 않을까 염려하는 어린이의 눈처럼 깨끗한 동심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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