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 사람과 공간 그리고 마을을 잇다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멀어지는 이때, 외로운 이웃들이 정을 나누며 사람과 마을을 잇는 마을공유소가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Writer 배미진   Photo 조병우   Illustrator 정길영



 



문화 공유의 터



 



많은 작업자가 함께 만든 문화 공유의 터



수원 고등동에 문화 공유로 숨을 불어넣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경기도청 이전을 앞두고 고등동·매산동로3가·교동·중동 등 주변 지역이 슬럼화되고 있 어 경기도와 수원시,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은 수원시의 근현대사를 간직 한 경기도청 주변의 활력 회복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펼친다.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전, 이를 이끌어 나갈 주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임시 거점공간인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가 사람과 마을을 잇고 공유 경제 마을을 향해 이웃과 함께 상생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주민 공모를 통해 이름 붙은 ‘고래등’ 명칭은 고래의 등처럼 생겼다는 고등(高等) 동의 유래에서 비롯됐다. 고래등처럼 넓고 편안하며 안정감 있는 작명으로 누구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 바라는 주민의 염원이 담겼다.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의 운영 주체는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이다. 그들은 공유 냉장고와 작은도서관, 공유공구함, 공유부엌, 디지털 앨범화사업 등 주 요 5대 사업을 관리·운영하면서 지역주민 주체 발굴 및 조직화를 이루고 지역 사회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조사한다.



특히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운영하는 24곳의 공유 냉장고 중 한 대가 놓여 있는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는 ‘우리’와 ‘마을’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 이다. 협의회가 2018년 1월 권선구 고색동에 처음 설치한 공유 냉장고는 음식 물 쓰레기를 줄이고, 마을에 유기적인 ‘먹거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마을공동 체를 복원하는 ‘사랑·나눔·공유 프로젝트’로 지난해 지속가능발전대상 대통령 상을 수상했다.



 



 



나눔·채움이 함께하는 24시 공유 공간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 회원들은 채소를 비롯한 식자재, 과일, 직접 만든 반찬 류 등 밤새 공유 냉장고에 들어온 먹거리를 소분해 품목별로 표시하고 다시 넣어놓는다. 공유부엌 요리교실에서 만든 음식과 제과제빵 교육은 공유 냉장 고 정기 후원으로 이어지고, 다채로운 먹거리와 정성은 일 평균 20~30명의 이웃을 공유 공간으로 연결한다.



경기도청 주변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김태인 센터장은 “지역에 노인인구, 다문화가정, 취약계층이 많지만, 생활 SOC 건물은 전혀 없다. 그래서 공유 공 간의 키워드는 먹거리와 돌봄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일하다 톱을 쓸 일이 생겨 공구를 빌릴 수 있는 마을공유소를 찾았던 청년은 이곳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놀라며 “공유 냉장고, 도서관 등 주민 에게 공간을 공유하는 시설이 우리 동네에는 없다.” 고 부러워했다. 공유공구함에는 톱, 드라이버, 니퍼, 렌치 등 다양한 공구를 갖추고 있으며, 작 은도서관에는 마을주민이 기부한 2,000권을 포함해 총 2,500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다. 최근에는 ㈜소셜코어, 라온경제교육사회적협동조합과 협약을 맺고 ‘점자 동화 코너’를 추가했다. 그림책에 점자 스티커를 붙여 일부는 시각 장애인 특수학교인 아름학교(영통구)와 시각장애인 아동 가정에 다시 기부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꿈의학교’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주민학습동아리도 운영된 다. 바느질 모임을 운영하는 김명옥 강사는 “치매가 심해진 친정엄마를 모시 고 바느질 교실에 참여하겠다는 이웃에게 전직 교사였던 한 참여자가 치매 예방 율동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자들은 세대 간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모임을 동아리 활동으로, 협동조합 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마을공유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 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민 모임에서 시작된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를 만들어 가고 있는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은 2019년 경기도청 주변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주관한 도시재생대학 수료 생들로 구성된 주민들이다. 이들은 센터의 지원으로 2020년 10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집수리 봉사단 교육, 공유부엌을 활용한 제과제빵 교육, 청년문화기 획자 양성과정 등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이수한 주민학습공동체는 협동조 합, 사회적기업 등 공유 경제를 통해 지역의 공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은 주민 자치활동을 지원하고, 주민들에게 생활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0년 경기도 도시재생 주민참여 경진대회’에서 수원 시 최초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장동현 상임이사는 “올해는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문화 예술사업과 장애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 며,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관계자는 “복지, 문화시설이 전무후무한 고등동에 서 마을공유소가 돌봄이 필요한 아동과 어르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 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모범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큰집마을사랑 협동조합과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를 통해 더 아름답고 풍성해질 고등동 마 을주민의 활기찬 모습을 그려본다.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



 



 



큰집마을사랑협동조합1



Q.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를 운영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공간의 문을 두드리는 다문화가정이 많이 늘어났 어요. 이들과 원주민이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교류 하니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공유 냉장고 운영을 담당하는데 활발하게 활용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 다. 다만 한정된 음식 수량에 개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이 적어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출퇴근할 때마다 주민들이 제 얼굴을 알아보시고 인사할 때 이웃 간의 정이 두터워진 것 같아 좋습니다.









Q. 어떤 분들이 마을공유소를 즐겨 찾나요? 또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동네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인프라가 없어 주민 들이 공유 공간이 생긴다는 걸 굉장히 반겼습니 다. 아이 엄마, 학생, 노인, 다문화가정 등 주민 모 두 애용하는 공간입니다. 주로 먹거리 관련 프로 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좋아해 주시고요. 이 공간은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가장 접점에 있습니 다. 저희는 공간을 통해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 다고 표현해요. 임시 거점공간을 운영하며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습니다.



 



 





Q. 고래등 24시 마을공유소에서 가장 중점을 둔 운영의 방향성과 역할은 무엇인가요?



지역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는 분들의 역량을 키 워 마을을 떠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공간의 이름과 같이 고래 등처럼 편안하게 주민들을 품는 곳이 됐으면 합 니다. 주민들 또한 애써주시니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만남과 교류를 통해 관 계가 형성되니 감싸주는 마음도 생기죠. 올해 하 반기 이후에 마련되는 신축 거점공간도 주민 누구 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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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2021-04-28 04:50:39

    Crawle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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