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예술 인문학 - 병고를 이겨낸 창작에 대한 열정 - 나혜석


예술인문학



병고를 이겨낸 창작에 대한 열정



이순옥 시집 『불꽃혼 나혜석』



 



수년간 투병 중에 완성된 이순옥 작가의 시집 『불꽃혼 나혜석』이 출간됐다. 책에는 나혜석의 생애를 담은 100편의 연작시가 수록됐으며, 나혜석에 관한 작가의 연구와 갈망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반신 마비로 오른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펜을 잡기도 어려웠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끝내 완성했다.



 



Writer 강일서 data 이순옥 작가



 



아픔에도 놓지 못한 나혜석에 대한 마음



시인이자 화가인 이순옥 작가는 올해 4월 ‘나혜석 문학상 대상’ 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불꽃혼 나혜석』은 나혜석에 대해 10여 년간 연구를 거듭해온 작가의 결과물인 만큼 출판 전부터 기대 를 모았다. 그는 세 번째 시집 ‘공(空)’을 낸 뒤 2015년부터 평소 존경하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인 ‘나혜석’에 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생일대의 소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시련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혼수상태에서 기적처럼 깨어난 그는 장애를 갖게 됐다.



"몇 번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화근이 된 것 같아요. 소설 작업은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중단되고, 5년간 병상에 올라야 했습니다."



재활병원 생활을 하면서 겨우 정신을 차린 이순옥 작가는 그 순 간에도 문학과 예술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중환 자실 병원 신세에도 오로지 나혜석에 대한 일념뿐이었다. 애초 에 그는 현대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나혜석의 모습을 소 설로 출간할 예정이었다. 이 작가는 병치레를 겪으면서 나혜석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시로 담아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정신력으로 완성된 『불꽃혼 나혜석』



아픔은 그에게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다시금 나혜석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로서 고독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나혜석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집필을 놓지 않 았다. 마비로 오른손을 쓰기 어렵게 되자 왼손을 이용했으며, 휴 대전화 카톡이나 메시지를 이용해 연작시를 이어갔다.



"나중에는 손가락이 저릿할 정도였어요. 100편의 시를 써서 출 판사에 넘기는 일도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가 인정을 받아 나혜석 문학상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감격스럽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던 중에도 나혜석을 연구하고 창작 활동을 이어 온 그는 나혜석에게서 남다른 연민과 짠한 마음을 감출 수 없 었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자신의 상황을 말년에 더욱 외로운 시기를 보냈던 나혜석에 대입해 글을 써 내려 갔다. 그의 평생 에 걸친 문학과 예술의 길은 언뜻 나혜석의 발자취를 다시 더듬 는 듯했다. 나혜석도 말년에 중풍처럼 수족의 놀림마저 힘들었 다고 전해진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고 하는데, 마치 나혜석은 이순옥 작가가 펼치는 문학인의 삶에 대한 이정표 같았다.



 



나혜석의 생애를 대변하는 듯한 연작시



이렇게 탄생한 100편의 연작시는 『불꽃혼 나혜석』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그동안 펴낸 첫 번째 시집 『불의 영가』, 두 번째 시집 『나를 찾아서』, 세 번째 시집 『공』이 존재론적 깨달음의 과정을 투명한 전언으로 들려주는 실존적 고백록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집은 나혜석 생애의 서사성을 씨줄로 하고 작가의 경험과 해 석을 날줄로 삼아 나혜석을 새로운 시적 형상으로 부활시켰다. 그는 아픔 중에 쓴 작품이라 전편에 다 애정이 있지만, 취재진 의 요구에 몇 편을 추천했다.



특히 「불꽃혼 나혜석 31」은 시 한 편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 가로서 나혜석이 서양화 개인전을 크게 개최하고 암울한 시대 에 예술이 무엇이라는 걸 함축하여 표현했다. 또 「불꽃혼 나혜 석 37」은 나혜석이 외교관 부인으로서 만주에서 생활할 때 일 본 경찰에게 쫓기는 독립운동가의 무기를 나혜석 베개 밑에 숨 겨줬던 일화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독립운동가의 도강을 도왔던 나혜석의 탄식과 생생한 절규를 담았다. 한 권의 서사와 도 같은 100편의 연작시는 나혜석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개척정신, 독립운동가 정신, 예술혼을 불태우던 정신 등을 흠모 하여 써낸 미학적 결실인 셈이다.



한편 『불꽃혼 나혜석』 시집은 현재 수원시립선경도서관과 임 광문고 수원 작가코너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병상에서 나와 활동을 재개한 이순옥 작가는 소설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또 서양화 작가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미술계 재기도 손꼽아 기다 린다.



 



 



예



이순옥 시인, 화가



 



필명은 예원(月影). 1985년 박재삼 시인 추천, 월간 [한국수필] 부문 신인 상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저작권 윤리위원, 수원화성문화재 기획위원, 한국문화예술봉사단 회장, 대한민국 국전 심사위원(서양화 비구상), 한국 미술협회 여성분과위원, 수원문인협회 회장 역임하여 고문으로 활동 중 이다. 한양대학교 예술철학 박사과정 수료, 경기대학교 및 한국영상대학 교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수원문학대상, 수원예술인상, 대한민국예술인 상을 수상했다. 서양화 개인전 25회를 개최했으며, 저서로 『불의 영가(靈 歌)』, 『나를 찾아서』, 『공(空)』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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