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반가운 사람들 2-보존하고 기록하고 물려줘야 할 세계문화유산과의 공생에 대하여


보존하고 기록하고 물려줘야 할세계문화유산과의 공생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부터 1997년 수원화성,
2014년 남한산성, 2023년 가야 고분군까지 총 16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며
세계문화유산 도시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3 수원 세계유산도시 포럼의 멘토로 참여한
오선화 학예연구사와 길지혜 선임연구원은 그 영향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Writing 장솔 Photo 김세명



 반가운 사람들 2



Q. 각 연사로서, 멘토로서 참여한 2023 수원 세계유산도시 포럼이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오선화  ‘사람을 잇는 유산, 유산가치를 잇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유산은 더 이상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공생하는 존재입니다. 변화된 세계유산 제도에서는 유산의 ‘가치’와 가치를 해석하고 전승하는 ‘사람’이 보호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무엇보다 유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주민이 누구인지, 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어떤 혜택을 원하는지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죠.

1997년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후 성곽 내부 마을에서 일어난 변화를 통해 수원화성이 성곽 건축물로서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자긍심을 높여주는 동반자로 해석되고 있어요. 이를 해석하고 확산하는 주민 활동이 유산 보호의 핵심임을 발표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길지혜  포럼에서 문화유산에 관심을 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라운지’를 운영해 멘토로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진행한 연구내용,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활동,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고민하며 찾아가게 된 이야기 등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만나 가깝게 이야기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졸업 후 문화유산 분야의 진로와 활동에 대해 주로 물었고,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문화유산 분야에서 취해야 할 역할에 관한 질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의 문화유산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삶에서 문화유산과 깊은 관계를 맺어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모든 시작은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Q.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오선화  수원화성은 기록유산인 ‘화성성역의궤’, 한글본 ‘뎡니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존재했기 때문에 유산을 보존·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수원화성의 가장 큰 정체성이 바로 기록입니다. 화성사업소에는 시설물 보수계획을 세우기 전에 과거의 해당 시설물에서 어떤 수리보수 공사가 이루어졌는지를 자료실에서 먼저 조사합니다. 그리고 누적된 수리 보고서를 분석하여 문화재 보수 방향을 바꾸어나가기도 합니다. 화성행궁 복원공사도 전체과정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2년간의 공사 과정은 5분 단위의 사진 촬영으로 기록했고, 주요 공정에 대해선 별도의 영상을 촬영해 남겨 두었습니다. 이 기록들이 앞으로 100년, 200년 후 화성을 관리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길지혜  유네스코에서는 유산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유산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이용하면서 그와 함께 보존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록은 과거의 유산에 현재의 우리가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유산에 대해 여러 현황을 기록하고 사람들이 가진 유산에 대한 기억, 더 나아가 추억을 잘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100년 뒤 그리고 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남긴 기록들이 유산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세계문화유산 기록 관리의 최종 목적은 활용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좋은 예시가 있다면요.


길지혜  아카이브는 기록을 잘 수집하고 정리하여, 해당 기록이 필요한 사람에게 잘 제공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중시하죠. 세계유산 관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부터 국가별, 유산별 등 다양한 아카이브가 활발히 구축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산에 관한 설명, 도면, 사진, 관련 정책, 연구 결과물, 회의자료 등 다양한 관련 기록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공유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들 덕분에 유산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고, 전시와 출판에까지 이어져 유산의 여러 면모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각 지자체에서 세계유산도시를 지속하기 위해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요?


오선화  무엇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유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유산관리자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학예연구사와 같은 문화유산 관리 전문인력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었는데 법령 중 지자체에 문화유산 관리 전문인력 배치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법령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현실화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Q. 그렇다면 세계유산도시 지속과 보존을 위한 시민의 역할이 있다면요.


길지혜  2023년 3월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서 ‘주민을 중심으로 한 포용적 협력체계 :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행궁동 주민분들이 포럼에 많이 참여해 세계유산 등재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공동체 보전,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 결국은 개인의 행복함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한 주민의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는데요. 세계유산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문화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또 문화유산을 학습하며 문화유산에 관심을 두는 것이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유산과 함께 한 명 한 명의 즐겁고 행복한 삶이 쌓이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와 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선화  세계유산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민이 중심이 된 포용적 협력관계가 필요합니다. 2021년에 만들어진 ‘행궁마을협동조합’ 등 행궁동에 있는 여러 협동조합들은 주민이 세계유산 보존과 활용의 주체가 되어 화성행궁 야간개장,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수원 문화재 야행 등 축제에서 운영관리 요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행궁사랑채를 운영하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이 행궁동 주민들의 사례가 앞으로 세계유산도시의 미래고, 지속과 보존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세계유산도시의 지속성과 관련해 활동, 방향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길지혜  현재 유산으로서 문화경관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해서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고, 근대기 공원과 정원을 연구하며 여러 문헌과 답사를 통해 당시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수원화성과 행궁동이 오랜 기간 세계유산을 보존해가며 시민들이 거주하는 도시로 안정기를 맞은 것처럼 우리나라가 2023 수원 세계유산도시 포럼과 같은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보존·기록에 집중한다면 세계유산을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하고 특별한 세계유산도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선화  2022년,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이크롬(ICCROM)에서 주관한 포럼이 수원에서 개최했었습니다. 이 포럼을 통해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의 미래를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2024년엔 수원화성에 거주하는 마을주민을 문화재수리기능자로 육성하여 경미한 수리보수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주민과 협력한 문화재 예방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수원화성이 시민들에게 단순히 유산을 넘어 혜택으로 돌아오고, 나아가 여러 세계유산이 주민과 공생하는 세계유산도시가 되도록 함께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PROFILE 오선화 학예연구사
· 2023 수원 세계유산도시 포럼 ‘Heritage X Human 세계유산과 사람들’ 연설
· 2022 경기도 사찰보존위원회 위원
· 2021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성곽군사유산연구회 간사
· 2015 수원시 화성사업소 학예연구사



PROFILE 길지혜 선임연구원
· 2023 수원 세계유산도시 포럼 ‘멘토링 라운지’ 멘토
· 2022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겸임교수
· 2018 도시경관연구회 BoLA 회원
· 2017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객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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