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골목 스케치 1-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벼농사의 유적지 여기산부터

학생들이 공부하던 서둔야학까지



조선 후기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농업 발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수원.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시대

영농과학의 중심지였던 명맥과 고유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Writing 편집실 Photo 수원시 포토뱅크



 



 



여기산에서 시작하는 수원 인문 기행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곳곳에 깃들어있는 도시 수원. 수원시는 근대 역사와 문화를 여행할 수 있는 4개의 코스를 개발했다. 그중,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농업 중심의 코스는 수원 서부권역에서 이어져온 우리나라 농업 및 농업 연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여기산에서 시작해서 구 농촌진흥청, 항미정 그리고 수원의 근대사를 볼 수 있는 앙카라학교 공원과 서울농대 캠퍼스. 그 뒤로 펼쳐진 푸른지대 터와 탑동시민농장, 마지막으로 서둔야학까지. 수원의 역사와 옛이야기를 따라 걸어가는 7.3km의 코스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의 흔적들은 영농과학의 중심지였던 인문도시 수원을 명백히 느낄 수 있다.

코스의 시작 여기산은 104.8m로 산이라고 하기에 야트막하지만 1979년부터 1984년까지 4차에 걸친 발굴 조사에서 난방과 지붕 구조물을 발견하고, 주거지 내부에서는 검게 탄 볍씨가 발견되어 일찍부터 서둔동 일대에서 벼농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중요한 곳이다. 선시사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발상지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곳이다.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산길을 걷다 보면 한국 농업 발전에 기여한 이들이 묻혀 있는 여기산 묘역이 나타난다. 여기서 우장춘 박사의 묘역도 볼 수 있는데, ‘종의 합성’으로 일본의 재래종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 한국의 토양과 환경에 맞는 배추와 무 종자 개발에 성공하여 1954년 배추와 무 종자를 전국에 보급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덕분에 김치는 하루 삼시 세끼 오늘날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됐다.

여기산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건물이 구 농촌진흥청이다. 새마을 운동의 중심지였던 구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4년 전북으로 이전될 때까지 우리나라 농업 연구의 심장부를 담당해온 곳이다. 여러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가 1962년부터 ‘농촌진흥청’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지금은 농업기술역사관으로 남아 농업연구 중심지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정조대왕의 농업진흥책을 대표하는 축만제는 여기산과 구 농업진흥청 남쪽에 자리 잡은 호수다. 농업용 관개수원으로 조성한 서둔을 장용영 군사들과 백성이 함께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호라는 이름으로 수원시민에게 더 친근하다.



이 서호의 남동쪽에 있는 정자가 항미정이다. 항미정은 수원시 향토유적 제1호이자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98호로, 석양이 아름다운 수원 8경 중 하나인 서호낙조(西湖落照)를 감상하기 좋다.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국립농업박물관(구 농촌진흥청)



주소 :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154



홈페이지 : www.namuk.or.kr



 



항미정



주소 :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345



 



농업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원의 근대사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축만제 일대를 둘러본 후, 서호천을 따라 내려오면 서호동로14번길, 일명 앙카라길로 불리던 곳에 도착한다. 여기에는 앙카라학교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앙카라학교는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 구 농촌진흥청에 주둔했던 터키군이 세운 학교이자 고아원으로, 터키군이 철수한 1966년까지 이곳에서 약 640명에 달하는 전쟁 고아를 돌보았다. 수원시는 2013년에 앙카라학교 공원을 세워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앙카라학교 공원 길 건너편에는 2003년 이전할 때까지 한국의 농업 발전을 이끄는 연구자들을 배출했던 서울농대의 캠퍼스가 보인다. 1899년에 설립된 상공학교가 1907년 서둔동으로 이전해 ‘수원농림학교’로 이어지고, 일제강점기 때는 ‘수원고등농림학교’로 지내다 1946년 국립 서울대가 개교하며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편입됐다. 현재 건물 일부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로, 나머지는 경기상상캠퍼스로 바뀌어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옛 서울농대 캠퍼스 후문으로 나오면 오른쪽으로 ‘푸른지대 터’가 나타난다. 푸른지대는 서울농대에서 재배했던 딸기밭인데, 1970년대 입소문을 타 수도권의 대표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찾는 이들이 없어지면서 옛 딸기 고장 수원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터 한쪽에 지역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푸른지대 창작샘터’를 지어 건축자산을 재활용했다. 푸른지대 남쪽으로는 ‘탑동 시민농장’이 펼쳐진다. 기존 서울농대의 연습림으로, 현재는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텃밭 체험 사업을 진행하여 1,800개의 텃밭에 도시농부들이 땀과 행복이 심어지고 있다.



수원의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탑동시민 농장 끝에는 ‘서둔야학’ 건물이 남아 있다. 서울 농생대, 수의과 학생들이 야학 활동을 했던 곳으로, 1965년 당시 학생이었던 야학교사들이 성금을 모아서 이곳을 구입했다. 매년 10~20명의 학생으로 중등반을 운영하며, 호롱불 아래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푸른지대 주인이 전선을 지원해 전깃불 아래서 공부할 수 있었다. 1983년 1,000여 명의 학생, 300여 명의 선생을 끝으로 문을 닫기까지 서둔야학은 서울농대 학생들과 서둔동 청소년들의 배움의 열정이 가득했던 곳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없어지거나 다른 공간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농업 역사의 흔적으로, 시민들의 힐링 공간으로 남아있다. 수원을 추억하고, 역사를 배우고, 옛이야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곳. 앞으로도 우리가 기억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장소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푸른지대 창작샘터(푸른지대 터)



주소 :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55항



 




댓글달기_글자수 500자로 제한되며 욕설, 비방글 삭제됩니다.

댓글입력
  • 댓글 내용이 없습니다 ..



수원문화재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