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트렌드 키워드-뉴진스도 타는 올드카, 청춘들의 소비 트렌드를 겨냥하다


뉴진스도  타는  올드카, 청춘들의  소비 트렌드를  겨냥하다



최근 2030 세대에서 1980~1990년대 출시된 구형 자동차, 속칭 ‘올드카(Old Car)’가 화제다.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라는 본래의 사전적 의미나, 부모 세대의 ‘추억거리 소환’은
올드카 열풍을 설명하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혹자는 올드카 대신 ‘클래식카(Classic Car·고전자동차)’, ‘명품 자동차’라는 경외심 가득 담은 단어로도 표현한다.
과거에 마니아 계층의 유희 거리였던 올드카는 이제 젊은 세대의 ‘동경’의 중심에서 문화적 주류가 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뉴진스의 ‘ETA’ 뮤비에 등장한 올드카는 뭘까?


Writing 김성우 헤럴드경제 기자



 


-CLASSIC-


차는 성능이 아닌 감성으로 타는 것


올드카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을 상징하는 ‘희소성’과 ‘나의 만족’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기 저항을 덜 받는 ‘유선형’ 형상의 자동차가 대세를 이룬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힘들어진 ‘각진 형상’의 자동차는 ‘멋스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범퍼와 보닛에 바람이 좀 부딪히면 어떠냐.’ 낮은 연비나, 부담스러운 유지비는 ‘올드카 마니아들’사이에서는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차가 망가지면 고쳐서 타면 된다. 일반 자가용 운전자라면 혀를 내둘렀을 ‘엔진 오버홀(분해 재생 수리)’이나 ‘미션 재조립’도 올드카 마니아에겐 ‘유희 거리’다. 국내에 없는 부품을 구하기 위해 아마존과 이베이를 뒤지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다.

’국내 최대의 올드카 커뮤니티로 알려진 네이버 카페 ‘클래식카 코리아’에는 11월 15일 현재 누적 게시물 수가 23만 건에 달한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게시판은 1981년에서 1999년까지 출시된 올드카를 다루는 곳이다. 하루에 많게는 10여 건, 적게는 3~4건의 올드카 판매 게시글이 올라온다.

클래식카 플랫폼 스타트업 ‘옛차’가 추산한 국내 올드카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 수준이다. 전체 중고차 시장(39조 원)의 약 1.3% 수준으로 단일 시장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와 얽힌 부품이나 정비 시장까지 고려했을 때 숨은 시장은 2배 이상에 달한다. 우리보다 중고차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올드카가 차지하는 규모가 약 2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봤을 때,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보기 힘든 각진 디자인일수록, 또는 이제는 보기 어려운 콘셉트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실제 ‘엔카’가 올해 상반기 1980~1990년대 연식의 자동차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1~2위를 차지한 모델은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각형 오프로드 차량인 ‘갤로퍼 1’과 ‘갤로퍼 2’였다. 3위는 ‘프라이드’, 4위는 ‘그랜저’가 차지했다. 모두 각진 형태의 자동차다. 10위에 오른 차는 기아에서 출시됐던 국산 스포츠카의 원조 ‘엘란’이었다. 현재는 보기 어려운 형태의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러나 차량 가격은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1990년대 출고 당시 500만 원이 채 되지 않던 차량들이 관리가 잘된 상태로 올드카 시장에 나오면 기본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복원이 잘된 갤로퍼는 비싼 경우 5,000만 원대 이상, 각그랜저와 프라이드의 가격 역시 2,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욱 희소성 있는 벤츠나 BMW 일부 모델은 가격이 더욱 뛰기도 한다. 웬만한 새 차 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엔카는 “1980~1990년대는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주류로 자리 잡았던 시대”라면서 “갤로퍼와 코란도 등 뛰어난 내구성과 파워풀한 성능을 가진 SUV 모델들을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RETRO-


연예인도 타는 올드카


최근 미디어도 이 같은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발매된 ‘어도어’ 소속 아이돌 ‘뉴진스’의 앨범 ‘ETA’ 뮤직비디오에 올드카가 등장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차량은 로버 몬테고. 20세기를 풍미했던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오스틴’의 앰블럼을 달고 출시됐던 차량이다. 오스틴은 상하이자동차가 현재 상표권을 갖고 있는 브랜드지만, 이제는 실제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자동차다. 마지막 생산이 1997년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의 출생 연도는 모두 2000년대 이후라는 사실이다. 20세기 차와 21세기 세대의 묘한 만남이 이뤄졌다.

얼마 전 힙합음악 뮤지션인 ‘그리’가 1,000만 원을 주고 구매한 올드카를 공개했다. 바로 일본의 자동차 회사 스즈키가 1991년 생산한 자동차 ‘사이드킥’이다. 스즈키는 일본 현지에서는 흔히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자동차다. 그리는 “몇 년 전에는 500만 원하던 자동차가 현재는 1,000만 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급하게 매물을 구했다.”면서 “꿈에 그리던 드림카를 구매하게 돼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또 MBC 예능 에선 한 가족의 30년 추억이 담긴 현대자동차의 SUV '갤로퍼'를 복원해 주목받았다. 현대차 사내 벤처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해 갤로퍼의 보디·프레임·파워트레인 등을 되살렸다.

일부 올드카 유저는 이런 열풍을 반영해 ‘쏠쏠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BMW 사가 1990년대 출시한 수동 세단 자동차 BMW M5를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김 모(34) 씨는 “올드카 동호회를 통해 화보 촬영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 번 촬영에 수십만 원 이상 비용을 받아서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쓴다.”고 전했다.



 


-VIBES-


완성차 업체들도 ‘올드카’


눈독 최근에는 완성차 브랜드들도 올드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래된 자동차를 직접 매입하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드카 열풍이 보여준 젊은 세대의 ‘희소성 선호’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자동차그룹이 2022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진행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다.

포니는 고 정주영 창업주 시절 현대자동차가 출시했던 최초의 자동차다. 현대의 자동차 사업 진출을 꿈꿨던 정주영은 차량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1973년 ‘포니’를 세상에 내놨다. ‘포니’는 출시 후 국민차가 됐다. 출시 당시 2만5,000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2,000만 대를 돌파할 정도로 커졌다. 현대차도 ‘포니’와 함께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포니 프로젝트는 ‘포니 정신’ 계승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현대차는 클래식카 ‘포니’의 특징을 살린 쿠페 콘셉트의 차량을 제작했다. 이후 2023년 5월 이탈리아 레이크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공개했다.

현장에는 ‘포니’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행사에 직접 참석해 “창업주, 정세영 회장(포니정으로 불린 현대차 사장),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노력이 있어 오늘날 우리가 있다.”면서 “우리가 노력해서 결실을 내왔다는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계속 새롭게 나가아가려 한다. 직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복원된 ‘포니’는 강남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전시했다. 본래 계획은 6~8월까지 60여 일간 전시하는 것이었으나 첫 주에 5,000명의 관객이 몰리며 흥행하자 현대차는 2개월 연장해 10월까지 진행했다.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전시해설 전문가가 진행하는 전시 프로그램은 많아야 3자리 남고, 대부분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면서 “전시 종료를 앞두고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전시에 인파가 몰린다.”고 강조했다.

기존 올드카의 뼈대를 활용하고, 전기차의 심장을 장착하는 ‘EV컨버전’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기존 올드카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친환경차 보급의 명분을 살릴 수 있어 인기다. 내연기관차에 엔진을 뜯어내고 모터·배터리를 장착하게 되면 다른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하는 것보다 작업도 더욱 수월하다. 업계는 일부 애호가들의 욕구 충족을 넘어 산업·환경적인 이점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EV 컨버전 전문 업체 ‘에버라티’는 랜드로버의 클래식 디펜더와 ‘레인지로버’를 시작으로 포르쉐의 ‘911’, 1960년대를 풍미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280SL 파고다’에도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장착해 주목받았다. 미국의 튜닝 업체 ‘ECD 오토모티브’ 역시 ‘전기 랜드로버’와 ‘전기 재규어’ 생산을 시작했다. 영국의 한 사설업체 ‘데이비드 존스 오토모티브’은 클래식 미니를 전기차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개조된 전기차들의 주행거리는 완충 시 대략 200~320㎞ 수준으로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PROFILE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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