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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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플러그 인터뷰 달빛이 스며드는 고궁의 밤
어둠이 내려앉은 화성행궁의 처마 끝에 달빛이 걸린 저녁, 수원의 밤은 특별한 이야기를 품는다. 2019년 첫 발걸음을 내디딘 뒤, 올해로 일곱 번째 봄을 맞이한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수원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Writer 강나은 Photo 박성수
달빛 아래 피어나는 아름다운 화성행궁 이야기
올해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달빛화담’을 주제로 열린다. 달빛 아래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행궁 곳곳에서 나타난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 사업이 추가되어 고즈넉한 궁궐의 매력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백성들이 평안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던 정조대왕은 수원화성 도시와 성곽을 만들며 ‘태평성대’를 기원했다. 특히 2024년 새롭게 복원된 화성행궁 별주와 우화관 일원은 정조의 애민 정신과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향한 효심이 드러난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이 모든 사업을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프로그램에서는 ‘동행지기’와 ‘행복장인’이라는 이름의 해설사들과 주민배우들이 방문객의 고궁 산책에 동행하며 말을 건네고,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수라지기’라 불리는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주민들이 혜경궁의 궁중다과를 정성껏 준비한다. 발걸음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정조의 꿈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이 이어지는 특별한 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시간여행을 통해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1795년 을묘년 행사
해 질 녘, 신풍루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어린다. 오늘 밤, 우리는 230년 전 조선의 어느 날로 돌아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펼친 을묘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주민배우의 넉살 덕분에 이 자리가 더욱 흥겨워진다. 신풍루 앞에서 시작해 유여택, 봉수당, 복내당, 노래당, 낙남헌, 우화관을 통과하며 정조대왕의 일화와 화성행궁의 역사가 생생한 연극과 해설로 펼쳐지는데, 주민배우는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하듯이 정조대왕이 화성 축성을 감독하는 조심태에게 건넸던 농담, 봉수당에서의 혜경궁 홍씨 회갑연, 낙남헌의 과거시험 이야기 등을 재현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정조의 꿈과 백성을 향한 사랑을 다시금 따뜻하게 품게 된다.
2025 화성행궁 야간개장
일시 2025. 5. 3.(토)~11. 2.(일) * 매주 금~일요일 18:00~21:30 (공휴일 포함)
장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입장료 어른 2,000원 / 청소년·군인 1,500원 / 초등학생 1,000원
문의 화성행궁매표소 031-228-4677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기간 상반기 2025. 5. 9.(금)~6. 28.(토), 총 24회
금요일 20:00~20:50
토요일 18:30~19:20, 20:00~20:50
하반기 2025. 9. 5.(금)~11. 1.(토), 총 32회
금요일, 토요일 18:30~19:20, 20:00~20:50
※ 추석 연휴(10. 3.~4.) 미운영
인원 회당 15명
참가비 무료(행궁 입장권 별도 구입)
신청 네이버 사전 예약(1인 최대 4명)
집결장소 화성행궁 신풍루 앞
제가 취미로 연을 날리는데, 오전 7시에 연을 날리다가 김성한 선생님 추천으로 주민배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연기는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활동이었는데, 이렇게 하게 되어 아주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정조의 애민사상이 많이 와닿았어요. 특히 “여러 날 굶은 백성들에게 백성들이 어찌 쌀을 짊어지고 갈 수 있겠나? 내가 저들에게 죽을 주어서 기운을 차리게 해줘야지”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왕도 그런 애민사상을 갖고 있는 왕이 없었기에, 정조가 가장 존경받는 왕 중 하나가 아닐까요?
저는 아내와 함께 주민배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부부가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어요. 평소에는 우리 부부가 딱 맞지는 않지만, 연기할 때는 딱 맞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싸우다가도 연기 연습을 하면서 화해합니다. 주민배우라는 것이 저한테는 아주 특이한 경험이고, 나중에 ‘내 인생에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역사를 재현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행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저는 원래 영어 선생님인데, 주민배우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많이 만나게 되고 에너지를 채워가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특히 관객들이 손뼉 쳐주고 반응해 줄 때 많은 기운을 얻죠. 고궁산책 중에 관객들과 함께 사행시를 짓는 부분이 있는데, 관객분들 센스가 굉장하셔서 감탄하게 될 때도 많답니다.
마을 해설사를 모집했을 때 지원해서 교육받고 ‘왕의 골목’ 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행궁마을협동조합’을 결성했어요. 배우와 해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해서 시작하게 되었고, 5월 9일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원화성 바로 옆에 살면서 ‘많은 자원이 있는데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라고 느꼈는데, 이번 프로그램으로 해소되었습니다. 고궁산책에서 저는 바람잡이 역할을 많이 하는데, 관객들이 웃어주고 다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실 때 보람을 느껴요.
저는 이 근처 공방 거리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이 생활 터전이다 보니 오히려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동네 해설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화성행궁에서 해설을 하면서 세세한 점들을 알게 되었어요. 관람객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궁산책은 더운 여름에 해가 떨어지고 선선한 가운데 진행되는데, 일반 해설과 달리 배우들의 콩트 형식이 가미되어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여름 밤에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흐뭇한 화성 투어가 될 것이라고 자부해요.
고궁산책의 해설은 기존 해설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처음에는 배우들과 해설자가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죠. 한편, 기존 해설은 설명 위주로 딱딱하게 하지만, 여기서는 이야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보니 더 재미있기도 해요. 특히 시범 운영 때 지방에서 오신 한 관람객이 “여러번 왔지만 이렇게 해설을 곁들여 들으니 너무 좋았다”라고 칭찬해 주셨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잔칫상을 받아보듯
잔칫날 중 백미라면 역시나 잔칫상이다. 1795년, 정조가 사랑하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잔칫상이 내 앞에 펼쳐진다면 어떨까? 임금의 행차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마련하고, 그 모든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던 곳인 별주에서 원행을묘정리의궤 에 기록된 진찬연 음식을 바탕으로, 송 오늘날 입맛에 맞게 재구성한 1인 1궁중다과상을 맛볼 기회가 열려 있다. 다과상 앞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들이켜면, 문득 그날의 축하연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
기간 상반기 2025. 5. 9.(금)~06. 28.(토), 16회
하반기 2025. 9. 5.(금)~11. 1.(토), 16회
※ 추석 연휴(10. 3.~4.) 미운영
일시 매주 금·토 19:00~20:30(90분), 총 32회
인원 회당 18명
참가비 2인 45,000~50,000원
신청 인터파크티켓 사전 예약(1인 2매 기본)
장소 화성행궁 별주
제공 음식 떡갈비, 오이선, 증편, 사과단자, 수원약과, 밤편, 요화과, 금귤정과, 제호탕
* 재료 수급 및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복마을 협동조합의 수라지기로서 혜경궁 궁중 다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메뉴로는 떡갈비, 오이선, 꽃 증편이 메인으로 나가고, 제호탕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더덕차로 입가심하고, 수원 약과, 금귤정과, 밤편, 사과단자 등 9가지 음식을 제공합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수원 약과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원 약과는 레시피가 특별하고 만들기가 어려워서 울면서 만들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화성행궁을 대표할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수라지기 분들보다는 나중에 합류했어요. 손님들을 맞이하는 대민 업무를 맡았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매주 모여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 요리 학원에 등록해 케이크와 디저트를 배웠습니다. 다과체험을 진행하면서 맞닥뜨리는 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요. 음식을 보고 ‘너무 예뻐서 못 먹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20대 여성과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저희가 그릇을 고를 때부터 음식을 만들어 플레이팅 하는 과정까지 어느 하나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없습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준비한 만큼 많은 분이 즐길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12월 메뉴를 개발하고 부족한 면을 보충하며 준비해왔습니다. 매주 레시피 작업을 하고, 고증을 맡아 주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100가지가 넘는 메뉴 중에서 9가지를 선정했어요. 모든 음식은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고서에 적혀 있으면서도 현대 젊은이들의 입맛에도 맞아야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요화과라는 메뉴를 만들 때가 인상 깊었어 요. 꽃처럼 생긴 한과인데,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도 많이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