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 플러그 인터뷰 보다 가까워진 미술, 일상에 들어온 미술 2025 수문장 아트페어
흔히 ‘미술’이라 하면 멀고 어렵게 느껴지거나, 실체 없이 부유하는 난해한 것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사실 미술은 매일 먹는 음식의 포장부터, 우리가 툭툭 걸쳐 입는 티셔츠, 매일 들르는 화장실이나 대중교통 등 일상 곳곳에 친근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의 아트페어는 미술에 친근함을 더하고, 유통 창구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술과 시민을 연결하는 아트페어 행사들을 소개한다.
Writer 편집실 Photo 수원문화재단, 김성재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1979년부터 진행해 온 화랑미술제의 오랜 노하우와 광교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를 접목하여,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 유통시장을 형성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 첫 개최 이후 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올해 다시 한번 수원을 찾은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6월 26일(목)부터 6월 29일(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으며 전국 104개의 갤러리, 약 600명의 작가가 참여해 신진 작가의 신작부터 중견 및 블루칩 작가들의 대표작까지 아우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생생한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또한, 서울에 집중된 미술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원을 비롯한 경기 지역의 로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강화함으로써 지역 예술문화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료 야외 재즈 공연,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와인 페스티벌, 광교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Galleries Night 등 차별화된 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키즈 아트살롱(어린이 미술 프로그램), 반려동물 동반 입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지역 작가 발굴도 지난해보다 신경을 썼다. 미술제 현장에서는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 : 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에서 추진하는 ‘수문장 아트페어’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통해 수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수문장 아트페어’ 사업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며 전시, 아트페어, 마켓 등을 통해 예술가들의 활동기반 조성과 수원 내 미술 유통 및 컬렉터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진행돼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2025년 ‘수문장 아트페어’ 참여 작가로 선정된 수원의 청년예술가 20인 외에 수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21인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수원의 일상, 사람들, 꿈, 질감 등 다양한 요소들을 ‘풍경들(-Scapes)’로 엮어 관람객들이 수원 지역 작가들과 조우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번 미술제에 참가한 수원의 청년예술가들은 작품 판매, 메이저 화랑의 전시 제의 등 성과를 올리며 미술계 데뷔에 성공하였다. 작품 판매에 성공한 참여 작가 2인(이고운, 이나리 작가)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자.
2025 수문장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이고운·이나리 작가. 따뜻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수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작품에는 일상 속 순간들과 추억들이 기록되고 새겨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수원을 통해 추억의 온도감을 전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장소의 확장을 풀어낸 그림들은 우리에게 행복과 공감으로 다가온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추억의 온도감’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이고운입니다. 학부 시절, 나 자신을 탐구하던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나’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당시 코로나 시기라 열화상 카메라를 자주 접했는데 그때 어린 시절의 ‘나’와 그 ‘추억’도 온도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추억’ 하면 정확한 시간이나 장소는 흐릿하지만, 감정과 분위기는 또렷하게 남잖아요. 그 감각을 ‘온도’라는 이미지로 풀어내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수문장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올해 2월에 졸업 후 작품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여러 공모전에 도전하던 중, 한국화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수원에 좋은 공모전이 있다며 알려주었고, 이를 계기로 이번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지난 화랑미술제에서도 작품을 선보이셨는데, 그 경험은 어땠나요?
화랑미술제라는 큰 규모의 아트페어에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이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용기를 얻었어요. 당시에는 ‘작가로 계속 나아가도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자존감을 키워주었고, 앞으로 걷는 작가의 길에 격려와 확신을 주었습니다.
Q. 작품 속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린 시절, 수원에서의 기억은 자연에서 뛰어놀고, 식물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식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기억들이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 있어서 작품을 준비하다가 고민이 생기면 일월저수지와 서호천을 자주 산책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수원이 갖고 있는 자연과 분위기, 느껴지는 감각들을 작품의 주제와 연결해 관람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수원과 어떤 방식으로 교감하며 활동하고 싶으신가요?
추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제 기억과 추억에는 수원이 가득하기에 앞으로는 수원의 풍경과 감각을 제 작품 속에 많이 담아내고 싶습니다. 수원시민들이 제 그림을 보며 ‘수원의 풍경 같다’라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지역 작가로서 작품을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원에서 생활하며 일상과 아이와의 시간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 이나리입니다. 저의 그림 속에는 ‘방문으로 인한 추억’이라는 개념이 담겨 있는데요. 평범한 일상도 어떤 특정한 장소를 방문함에 따라 특별한 추억으로 변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쌓이는 감정들과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심의 세계를 재해석해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Q. ‘수문장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서울에서 살다가 수원으로 이사와 아이를 낳고 키우며, 수원은 제게 고향과 같은, 고향보다 더 오랜 세월 함께하고 있는 곳이 되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수원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수원이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만큼 수원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꼭 참여하고 싶었죠. 이 계기로 작가로서 출발점이자 시민들과 소통할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지난 화랑미술제에서도 작품을 선보이셨는데, 그 경험은 어땠나요?
수원을 주제로 그린 작품을 보고 관람객들이 ‘저기 내가 가봤던 곳’이라며, 그 장소의 각자가 갖고 있는 추억을 이야기하시는 걸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자리였어요. 제 기억뿐 아니라 관람객의 기억도 공유되고, 서로의 추억으로 확장되는 경험이었죠. 수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려는 제 의도가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아 뜻깊었습니다. 실제로 ‘플라잉수원’을 주제로 한 작품이 판매되었는데, 아이와 함께 느꼈던 시선의 확장과 꿈, 희망을 표현한 그림이었어요. 이렇게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제 작업의 방향성이 더 확장되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죠.
Q. 작가님께 수원은 어떤 영감의 원천인가요?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요?
1순위는 수원화성이에요. 성곽길을 처음 걸었을 때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옛 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 모든 환경은 현대적이잖아요. 시대와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언제든지 걸어도 걸을 때마다 새롭고 행복한 수원화성을 제일 좋아합니다.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원의 매력은 저에게 늘 큰 영감을 줍니다. 또한 문화도시 수원답게 문화에 대한 투자가 다양하게 이뤄진다고 느끼고 있어요. ‘수문장 아트페어’ 같은 문화 활동이 지역 작가들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죠.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앞으로 수원과 어떤 방식으로 교감하며 활동하고 싶으신가요?
수원의 다양한 풍경을 작품 속에 기록해,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보고 ‘여기 수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발견하거나 다시 찾고 싶어지면 좋겠어요. 현재 세대에게는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미래 세대에게는 기록으로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매일 밟고 있는 이곳 수원에서의 일상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추억이 되잖아요. 저는 그 일상 속의 사랑과 시간의 기록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제 작품이 잠시 머물러 감상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길 바랍니다.
2022년 수원특례시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시작된 로컬콘텐츠 유통지원 ‘수문장’은 지역 창작자와 예술가들의 활동기반 확장을 위한 ‘수원형 문화직거래장터’사업을 표방하며 출발하였다. 지역 문화창작자가 참여하는 플리마켓 ‘수문장 마켓’과 지역 청년예술가를 위한 전시형 아트페어 ‘수문장 아트페어’ 로 나뉘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수문장 마켓’은 111CM에서 열리는 정기 마켓 외에 수원 야행, 북키즈콘 등 다양한 수원의 문화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수원 문화창작자들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소품, 문구, F&B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수문장 아트페어’는 그간 행궁동, 롯데몰 등 지역 내 핫플에서 아트페어 팝업전시를 개최하였으며 2024년도 부터는 화랑미술제 in 수원에 참가하여 지역 청년작가들의 미술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상반기 화랑미술제 참가에 이어, 올 가을 111CM에서 하반기 수문장 아트페어가 개최될 예정이다. 하반기 수문장 아트페어는 2주 이상의 긴 전시기간동안 운영되며, 미술 작품 외에도 드로잉이나 소품 등 비교적 낮은 가격의 작품 코너와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문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술품 소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수문장 아트페어 사업 참가 작가로 선정된 20인의 청년 작가가 참여하며, 화랑미술제와 마찬가지로 수원미술협회, 수원민족미술인협회 두 단체 소속의 지역 작가들도 함께 전시에 참여해 더욱 다양한 작품들로 시민을 만날 예정이다.
선선한 가을날, 수문장 아트페어에서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계절의 낭만과 정취를 담뿍 느껴보길 바란다.
수문장 아트페어
일시 : 2025. 10. 23.(목)~11. 9.(일)
장소 : 복합문화공간 111CM